루머추적- 윤락녀가 말하는 ‘에이즈 괴담’
상태바
루머추적- 윤락녀가 말하는 ‘에이즈 괴담’
  • 김윤정 기자
  • 승인 2005.09.0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부 업주 성병에 감염된 윤락녀 2차 내보내

에이즈 괴담’이 서울 강남 유흥가를 중심으로 일파만파 퍼지면서 강남일대 유흥업계는 때 아닌 몸살을 앓고 있다.

‘에이즈에 감염된 윤락여성이 에이즈를 퍼트리며 복수하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은 지난해 9월 성매매방지법 시행이후 일자리를 잃은 수많은 윤락여성들이 성인나이트로 몰리면서 도처에서 나돌고 있다.

‘나이트에 놀러온 남자와 성관계를 맺은 뒤 에이즈를 퍼트린다’ ‘에이즈에 걸려 일하지 못하는 여성이 채팅을 통해 성관계를 맺고 이미 수백명에게 감염시켰다’는 식의 소문이다.

특히 올 들어 새로운 에이즈 감염자만 317명이나 발견됐고 전년에 비해 5%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면서 에이즈 괴담은 무서운 속도로 퍼지고 있다.

강남 모 룸살롱에서 일하고 있는 최모(24)양은 “에이즈에 걸린 여성은 더 이상 일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에이즈감염 사실을 숨기고 몰래 일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대부분 성병에 걸린 여성들은 업소에서는 일할 수 없기 때문에 채팅이나 나이트클럽에서 직접 거래하며 일하는 언니들이 있다는 것도 들었다”고 말했다.

최양은 “에이즈와 성병에 관련된 소문은 사실상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몇 년에 한번씩은 이런 소문들이 유흥업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고 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사실 나이트나 채팅으로 만난 여성들이 더 위험하다”고 귀뜸했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정기적인 검사를 하는데 매달 검사 할 때 에이즈에 감염된 여성들이라면 업소에서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된다”며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비교적 안전(?)한데 이런 소문이 나돌기 시작하면서 장사가 안돼 죽겠다”고 한탄했다.

서울 신림동 A보도방에서 일하는 경력 4년차 이모(23)양은 “업소에서 일할 때 2차를 나가면 남성들이 콘돔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성병에 걸린 적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산부인과에 다니며 치료를 받고 있었을 때도 업소에서는 2차를 강요했다. ‘에이즈만 아니라면 된다는 식’으로 장사하는 업주들이 많다”며 “에이즈에 걸린 여성의 막연한 소문이 번졌던 것은 사실이지만, 얼마 전부터 에이즈는 아니지만 성병이 감돌고 있다는 소문은 들어 봤다”고 했다.

에이즈에 걸린 여성의 ‘복수’라는 괴상한 소문들은 지난 2002년에 시작돼 일대 파문을 일으켰지만 결국 ‘소문만 무성한 해프닝’으로 끝났다.

지난 2002년 당시 ‘에이즈에 감염된 여성이 윤락행위를 했다’는 보도가 나간 뒤 전남 여수지역에서는 에이즈 공포로 수많은 남성들은 공포로 떨어야 했다.

에이즈 감염여부를 알기 위해 1천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보건소를 다녀갔으나 감염자(양성반응자)는 없었고 결국 여수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에이즈 괴담’의 실체는 없었다.

‘에이즈 괴담’ 등 괴상한 소문들이 나돌면서 에이즈예방관련사이트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에이즈예방센터의 게시판에는 에이즈여부에 대해 묻는 20, 30대 사람들의 고백들이 주를 이루고 심지어 10대 중.고생들의 충격적인 고백도 잇따르고 있다.

“제가 8월말에 처음 보는 어떤 남자와 성관계를 맺게 되었습니다. 물론 콘돔 미착용으로요. 너무 불안합니다. 요즘 에이즈 때문에 난리라서 너무 불안해요. 그 이후 요즘 잠도 통 자지못하고 불안에 떨고있어요. 설마 에이즈에 감염된건 아닐까요. 얼마후에 어디로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하나요.”

“9월초에 친구들과 술한잔을 하고 나서 윤락가를 찾았는데 콘돔은 사용하지 않았고 성관계시 상처가 조금 났어요. 윤락여성들 대부분 성병이 있다던데 혹시 에이즈는 아니겠죠. 요즘 업소 여성중에도 에이즈에 감염된 여성이 있나요.”

자신을 중학생이라고 밝힌 한 남학생은 “2년 전 동성과 관계를 가졌는데 혹시 에이즈에 걸릴 수 있나요. 아는 형 3명과 돌아가면서 했는데 피도 조금 났어요. 상처로 인해서 에이즈에 감염될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떡하죠”라는 글들이 올라왔다.

40대의 한 남성은 “얼마 전에, 동성관계를 맺었습니다. 항문성교는 하지 않고, 가벼운 오럴만했는데요. 입안에는 과자를 먹다가 아주약간 긁혔는데 어느 정도의 상처가 있어야하는지 에이즈에 걸리면 아내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막막해요.”

“채팅으로 알게 된 여성을 만났는데 10번 정도 관계를 맺은 것 같아요. 그런데 절 만나기전 몇 개월간 단란주점에서 일했다고 했는데 에이즈에 감염돼 있는 여성이라면 저도 감염될 수 있나요. 만약 에이즈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하루하루 걱정돼죽겠어요.”

대부분의 사람들 중 상당수가 에이즈에 대한 지식이 빈약하거나 잘못된 편견을 갖고 있었다.

대학 신입생 중 대부분이 에이즈에 관해 잘못된 지식을 갖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전 충남회는 지난 5월 대전, 충남 지역 대학 신입생 2천16명(남자 978명.여자 1천38명)을 대상으로 에이즈에 관한 지식과 태도 46개 항목을 조사한 결과 평균 정답률이 70.2%였다고 밝혔다.

특히 ‘모기에 물리면 에이즈에 걸릴수 있다’란 질문에 52.2%가 ‘그렇다’고 잘못 답했고 응답자의 24.0%는 ‘에이즈 감염자와 음식을 같이 먹으면 에이즈에 걸릴수 있다’고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항문과 구강 성관계를 통한 에이즈 감염 여부에 대해서는 전체의 20.9%와 24.4%가 각각 감염 위험성을 모르고 있었고 ‘에이즈 감염자와 일반적인 키스를 해도 감염가능성이 있다’는 틀린 답변을 한 학생도 35.4%에 달했다.

이밖에 감염 방법에 관한 잘못된 응답에는 ‘감염자와 같이 목욕을 하면 에이즈에 걸린다(24.7%)’, ‘모유 수유를 통해서는 에이즈에 감염되지 않는다(36.8%)’, ‘감염자와 물잔, 술잔을 같이 사용해도 감염될 수 있다’(30.9%) 등이 있었다.

에이즈 증세와 예방에 관한 질문의 경우 52.6%의 학생이 ‘에이즈에 걸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질병으로 죽는다’고 그릇된 답변을 했고 31.8%는 최근 개발된 약으로 에이즈를 예방할수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에이즈 감염자와 일상생활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전체의 43.2%가 ‘절대 할수 없다’ ‘할수 없다’ 등 부정적으로 인식했고 ‘에이즈 감염자를 사회에서 격리해야 한다’는 응답도 19.5%나 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