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韓제약바이오, 커진 덩치만큼 내실 단단히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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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韓제약바이오, 커진 덩치만큼 내실 단단히 해야
  • 이용 기자
  • 승인 2022.09.1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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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용 기자] 기자의 고등학교 동창 C는 마르고 빈약한 몸이 콤플렉스였다. 그는 운동선수 출신인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잘 먹고, 잘 운동하면서 떡 벌어진 어깨에 엄청난 근육을 갖게 됐다.

벤치프레스로 70kg이 넘는 무게도 쉽게 들어올리는 C. 하지만 그의 어머니가 20kg짜리 쌀포대를 들라고 시키면 무거워서 못 들겠다고 피한다.

친구들은 C에게 근육과 몸집을 키웠으면 집안일에 보탬이 돼야 하는데, 덩치값을 못 한다고 타박한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도 C의 처지와 비슷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례없는 전성기를 맞으며 시장 규모는 크게 성장했지만, 정작 제약업의 본질인 신약개발 분야에서는 큰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즉, ‘덩치값’을 못하는 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1년 총 의약품 시장규모는 25조3932억원이다. 1998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25조원을 돌파했다.

시장규모 성장의 주요 요인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의 생산·수입실적 상승으로, 사실상 순수 국내 기술로만 달성한 결과는 아니다.

지난해 생산실적이 가장 높은 완제의약품은 모더나코리아의 코로나19 백신인 스파이크박스주, 그다음은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백스제브리아주로, 모두 국내 법인이 있는 글로벌 제약사 제품이다. 3위부터 8위에 오른 국산 의약품 모두 합해도 이 두 제품의 생산액에 미치지 못한다.

정기석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백신과 치료제에 관한 한 후진국"이라며 “코로나19 관련 백신과 치료체는 백신 하나 만든 게 전부"라고 비판했다.

국내산 코로나19 백신은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코비원’ 뿐이며, 국산 치료제는 아직 한개도 없다.

제약사의 본업인 의약품 개발 분야에 대해서도 해외에 비하면 경쟁력이 매우 부족한 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한국의 신약개발 기술 수준은 미국의 70% 정도에 불과하며, 약 6년 정도 뒤처져 있다.

일본의 경우 코로나19 관련 사업 대신 신약개발에 집중해 최근 5년간 6개의 미국 FDA first-in-class 신약개발 승인을 받았다. 중국(홍콩·대만 포함)도 2개지만 한국의 승인 건수는 하나도 없다.

물론 코로나19 유행 당시 정부의 빈약한 지원과 국민의 낮은 인지도 속에서도 감염병 대응에 적극 나선 제약바이오업계의 노력은 칭찬 받아 마땅하다.

다만 노력은 있지만 결과가 없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는 한발 늦었지만 업계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신약개발에 적극 투자해 국내 의료 수준을 한 단계 높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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