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자동차 산업 위기 가운데 정쟁 일삼는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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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자동차 산업 위기 가운데 정쟁 일삼는 정치권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2.09.0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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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래 산업부 기자
이상래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미국 정부의 IRA(인플레이션 법안) 시행으로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의 IRA 시행으로 우리나라 전기차 미국 시장 점령이 발목 잡혔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는 그야말로 비상이다. IRA 통과가 가시화되자 현대차그룹은 곧바로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를 통해 미국 의회에 IRA 관련 의견서를 전달하는 등 긴밀한 행동에 나섰다.

그뿐만 아니다. 현대차그룹을 이끄는 정의선 회장은 곧바로 미국으로 날아갔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시장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뉴욕과 조지아, LA, 보스턴 등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에서 현대차 현지 전문가들과 협상 전략도 점검하는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IRA는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현대차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IRA는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현대차의 아이오닉5·코나EV·아이오닉EV, 기아의 니로EV· 쏘울 EV·EV6 전량 한국에서 생산된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서 전기차 전용 공장을 신설하지만, 완공은 2025년이라 2년가량 전기차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완공 전엔 현대차 전기차는 사실상 미국 시장에서 경쟁이 어렵다는 얘기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전기차 1만855대를 판매했다. 기아도 지난해 8735대를 팔았다. 올 1~7월 현지 판매량은 현대차가 벌써 1만8328대, 기아도 2만1156대를 팔아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을 훌쩍 넘어섰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점유율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IRA가 현대차 미국 전기차 시장 확대를 가로막는 것이다. 그룹 총수인 정 회장이 곧바로 미국으로 달려나갈만 하다.

하지만 이 IRA가 통과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정부는 조용했다. 상원에서 통과된 후 바이든 정부의 집권여당인 미국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의 가결만 남자 그제서야 우려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행동에 옮길 모습을 보일 뿐이었다. 지금 미국 하원까지 통과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이 시점에서 상황을 바꾸는 것은 누가봐도 녹록지 못하다.

더 안타까운 것은 정치권이다. 그래도 정부는 지금이라도 최선을 다해 발로 뛰고 있다. 통상교섭본부장이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는 노력이라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어떠한가? 정치면을 장식하는 메인 얘기는 그야말로 '정쟁'으로 덮여져 있다. 집권여당은 당 대표와 대통령의 힘겨루기,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으로 바빠 보인다. 미국 IRA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잠시 낼뿐 여전히 관심은 당내 권력 구도 향방이다. 야당인 민주당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새로 당 대표가 취임하고 '민생'을 얘기하지만 지금 민주당의 최대 관심사는 대통령 부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법 발의이다.

자동차 산업은 우리나라 기간산업이다. 그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전기차 산업의 성공 여부다. 그 열쇠는 미국 전기차 시장이다. 그런데 그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잘 나가던 우리나라 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여전히 권력투쟁과 정쟁에만 사로잡혀 있다.

'민생'은 일자리고, 일자리는 곧 산업의 부흥이다. 기간산업인 자동차 산업 위기를 몰라하고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이 변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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