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회의 시계를 과거로 되돌리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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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회의 시계를 과거로 되돌리지 말라
  • 이승구 기자
  • 승인 2013.09.2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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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승구 기자]최근 민주당이 원내 복귀를 선언함과 동시에 ‘24시간 비상운영체제’ 돌입 등 강력한 원내 투쟁을 예고하자 새누리당에서는 ‘국회 선진화법’ 수정론 카드를 꺼내들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심지어 새누리당의 이러한 움직임은 당내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게 나오는데 그 이유는 이 법안이 새누리당이 주도적으로 만든 법안이기 때문이다.

국회 선진화법은 지난해 4월 17일에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이 주축이 돼 발의된 법안으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박근혜 대선후보가 총선 공약으로 적극 추진해 지난해 5월 여야 합의로 통과됐던 법안이기도 하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국회의장의 본회의 직권상정 요건이 천재지변과 전시 사변 등의 국가비상사태, 교섭단체 대표 합의시 등으로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

또한 여야간 이견이 있는 안건에 대해서는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할 수 있도록 했으며 90일간 활동을 보장하고 있고, 쟁점법안의 신속처리는 재적의원이나 재적위원(상임위) 60%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즉, 이 법안은 직권상정과 날치기 같은 파행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국회가 보여줬던 폭력과 날치기에 대해 여야가 철저히 반성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최경환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 일부에서는 최근 "야당의 협력 없이는 법안 처리를 비롯해 국회 운영 자체를 할 수 없다"며 이를 개정 혹은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이 같은 움직임은 앞으로 야당이 계속 국회 운영과 법안 처리에 대해 협조하지 않는다면 법안을 뜯어고쳐서라도 단독으로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의미로 읽혀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전에도 새누리당은 국회 운영과 법안 처리에서 직권상정 남용과 ‘날치기’ 전력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움직임에 깔린 저의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특히 행정부의 수반인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파행의 책임을 야당에게 떠넘기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의심 받을 소지가 크다.

새누리당은 우리 정치의 어두운 과거를 걷어버리고 한단계 전진하는 첫 걸음인 국회 선진화법을 민생 운운하며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개정해 국회의 시계를 다시 과거로 되돌리려는 움직임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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