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새싹’부터 보수화…자정기능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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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새싹’부터 보수화…자정기능 상실
  • 인터넷뉴스팀
  • 승인 2013.09.2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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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과포화·신임법관 강남·특목고 편중 등 원인

[매일일보] “사법파동이 일어나는 시절은 갔다. 소장 판사들이 더 이상 윗사람에게 입 바른 소리를 하지 않는다” 10년차 남짓의 한 일선 판사는 사법부가 더욱 보수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이같은 말로 안타까워했다.

과거 활발했던 선·후배 판사들 사이의 내부 자정 작용이 대부분 사라졌다는 얘기다.

이른바 ‘사법파동’은 사법부 안팎의 부당한 권력에 반발한 소장 판사들의 집단행동을 가리킨다. 1971년, 1988년, 1993년, 2003년 4차례에 걸쳐 벌어졌으며 많게는 수백명의 판사들이 사표를 내기도 했다.

이 판사는 “2008년 서울중앙지법원장이 촛불집회 참가자에 대한 형사 재판에 개입했다는 논란이 일었다”며 “1990년대만 해도 사법파동이 벌어질 사건이었으나 금세 가라앉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5년 전부터 이미 판사들의 집단행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분위기였다고 부연했다.

법원노조의 한 관계자는 “판사들이 코트넷(법원 내부 게시판)에 비판 글을 거의 쓰지 않는다. 국민과 소통을 강조하지만 정작 자기들끼리 소통은 멈춰버린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사법부 분위기가 이처럼 바뀐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로 변호사 업계 과포화 현상이 지목된다. 법원 울타리 밖으로 나가면 먹고 살기 어렵기 때문에 내부에서 ‘튀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현재 변호사는 1만5833명(7월 말 기준)이다. 이 숫자는 늦어도 3년 안에 2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실제 지난 2월 정기 인사를 앞두고 유례없이 많은 숫자의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옷을 벗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사석에서 “변호사 업계가 더 나빠지기 전에 개업하려고 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판사들의 출신 지역과 계층이 한 쪽으로 쏠리고 있는 것은 보수화의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법관을 지망하는 재판연구원(로클럭)도 비슷한 경향을 보여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법조인대관 등을 통해 프로필을 확인한 1기 로클럭 51명 가운데 21명(41.1%)이 특수목적고나 서울 강남3구 소재 고교 출신이었다. 이는 작년 신임 법관의 37.0%보다 눈에 띄게 높다.

한 로클럭은 “집안이 번듯하고 부자인 동료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성적 좋고 돈이 필요한 친구들은 거의 대형 로펌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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