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살인부른 ‘층간소음’ 해법은 양보와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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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살인부른 ‘층간소음’ 해법은 양보와 배려
  • 나광국 기자
  • 승인 2022.08.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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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광국 건설사회부 기자
나광국 건설사회부 기자

[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서울북부지법 형사1단독은 올해 6월 말 폭행 혐의로 기소된 목사 A씨(63)에 대해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목사 A씨는 지난해 1월 서울 노원구에 있는 아파트에서 평소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던 피해자 B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사건 당시 B씨는 임신 7개월의 임산부였다. 이는 종교적인 깨달음으로도 극복할 수 없었던, 층간소음이 불러온 비극적인 결말이다.

지난해 11월 인천 남동구에선 층간소음 문제로 아래층 일가족 3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는 40대가 1심 재판에서 징역 2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또 전남 여수에선 층간소음 문제로 위층 이웃에게 흉기를 휘둘러 일가족 4명을 사상케한 30대가 사형이 구형됐다.

이처럼 지역을 불문하고 층간소음과 관련된 분쟁은 매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관리지원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 집계결과를 살펴보면, 지난 2016년 517건에서 지난해 1648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상담의 경우 1차 전화상담은 2019년 2만6257건에서 지난해 4만6596건으로 2배 가량 늘었다.

문제가 커지자 정부가 나섰다. 정부는 기존 주택의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과 앞으로 지어질 주택의 층간소음 저감을 유도하기 위한 대책 등 정책을 발표했다. 또한 층간소음 발생을 시공 단계에서부터 원천 차단하도록 건설사에 대한 규제는 강화하고 인센티브는 확대한다. 사후확인 결과 층간소음 차단 성능이 우수한 경우 주택분양보증 수수료도 할인해주기로 했다.

눈에 띄는 내용으로는 5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마다 층간소음관리위원회가 의무적으로 설치가 있다. 현재 층간소음으로 분쟁이 발생하면 관리소장 등이 개입하고 있지만 조정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층간소음관리위원회는 입주민과 동대표, 관리사무소장 등이 참여하는 주민자치조직이어서 갈등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국내 층간소음 원인은 소음에 취약한 ‘벽식 구조’로 지어지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벽식 구조는 수평과 수직 구조가 면 대(對) 면으로 만나 일체화된 형태다. 슬래브(수평)에서 진동이 울리면 아래층에 큰 소리로 전달되면서 층간소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예전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윗집에 사는 집주인을 ‘망치발 외국인’이라고 부르며 층간소음을 호소했던 글이 있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한국인의 걸음걸이나 매너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또 거기서 시작된다. 앞으로 새로 지어질 아파트의 경우 분명히 설계부터 층간소음이 덜 발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고 층간소음이 완전히 사라질 순 없다. 친절한 이웃이 윗집에 사는 노후 아파트 주민과 불친절한 이웃이 사는 신축 아파트 주민 중에 어디에서 분쟁이 발생할 확률이 높을까. 이웃을 배려해서 발걸음을 조심하거나 늦은 시간 시끄러운 음악을 듣지 않는 양보와 배려가 있다면 저감매트보다 더욱 호율적인 해결책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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