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강간·간통 동시적용은 법리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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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강간·간통 동시적용은 법리 오해”
  • 박지선 기자
  • 승인 2013.09.2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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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 재판중 女 ‘강간’ 주장에 男 ‘간통’ 자백

[매일일보] 기혼자를 성폭행한 사건에서 가해자가 간통이라고 주장(자백)했다고 하더라도 그에게 강간죄와 간통죄를 동시에 적용해 유죄를 선고하는 것은 ‘법리 오해’라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이 나왔다.

25일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기혼자를 성폭행해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강간과 간통 등의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10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강간 피해자가 기혼자인 경우 그 성관계는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피해자에게 간통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면서 “마찬가지로 가해자에게도 강간죄 외에 간통죄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1년 9월 아내의 불륜이 의심된다는 B씨 남편 쪽 조카로부터 불륜 장면 촬영 청탁과 함께 이를 위한 600만원 상당의 카메라세트를 받은 후 B씨를 계속 미행했지만 별다른 불륜 장면을 포착하지 못했다.

A씨는 오히려 B씨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고 돈을 요구했는데, 이 과정에서 가까워진 두 사람은 세 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의심 받았고 결국 B씨 남편의 간통혐의 고소에 따라 두 사람은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이 실제 3차례 성관계가 있었다고 보고 간통죄를 인정해 A씨에게는 징역 10월, B씨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씨가 간통혐의를 인정한 것이 결정적이었는데, B씨는 “A씨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진 적이 없으며 오히려 A씨에 납치돼 강제 성폭행을 당했다”며 A씨를 고소했지만 무고 혐의까지 받았다.

반면 2심 재판부는 3차례의 성관계 의혹 중 모텔에서 가진 것으로 의심되는 두 번의 관계는 여러 정황상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1심에서 B씨는 남편과의 이혼 소송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해 A씨와 짜고 마치 납치돼 차 안에서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꾸몄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2심 재판부는 A씨가 강제로 성폭행한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2심 재판부는 기혼자인 여성을 강간했으므로 간통죄와 강간죄가 함께 성립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1심에서 간통을 자백했던 A씨에게 징역 10월, B씨에게는 간통과 무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간통죄와 강간죄를 함께 적용한 원심의 법리오해와 심리미진을 이유로 사건의 파기 환송을 결정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A씨의 자백을 근거로 강간죄와 간통죄가 모두 성립하는 것으로 판단한 원심에 대해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원심은 A씨와 피해자 사이에 실제 성관계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심리도 다하지 않았다”고 파기환송 사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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