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인간과 신의 커뮤니케이션 수행한 제식도구로서 인간 미디어 조명 '제식으로서 미디어: 인류의 시작부터 고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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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인간과 신의 커뮤니케이션 수행한 제식도구로서 인간 미디어 조명 '제식으로서 미디어: 인류의 시작부터 고대까지'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2.08.17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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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4만년부터 기원 후 8세기까지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미디어 문화의 역사
미디어 문화사는 높은 강도로 세분화된 개별 과학에 맞선 메타 과학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독일의 미디어학자 베르너 파울슈티히는 인류의 시작부터 서기2000년까지 존재했던 미디어의 문화적 핵심 의미를 다섯 권으로 서술했는데 이 책은 그 중 첫 번째다.

1권은 인류의 초기 즉 기원전 4만년부터 기원후 8세기까지 미디어 발달 과정을 다뤘다. 지리적 범위는 유럽 문화권을 뛰어넘어 4대 문명 발상지인 수메르, 이집트, 인더스, 황하 문명을 포함하고, 북·중·남아메리카와 동북아시아(한국, 일본) 고대 문명에까지 이른다.

그동안 미디어문화사적 접근은 개별 미디어의 역사와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역사라는 두 가지 형식으로 존재했다. 

전자는 개별 미디어의 탄생과 발전 과정을 다른 미디어와의 상관관계 속에서 파악하지 못했고, 후자는 상이한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 개념-언어, 문자, 영화 등-을 상호 호환성 없이 다뤘다. 

이러한 방법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저자는 개별 미디어 역사와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 역사 사이를 오가며 미디어의 역사를 재구성한다. 

여기서 미디어문화사는 개별 미디어 역사의 연대기적 나열이 아니라, 서로 망으로 연결된 체계로서 모든 미디어의 역사를 의미하며 개별 문화과학과 마주한 일종의 메타 과학이다.

이 책에서 미디어는 특별한 기능에 따라 조직된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작동하는 복합적이고 제도화된 체계다.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 약 20개 미디어로 다룬다.

여성·히에로스 가모스·제물 의식·축제·춤·사제·샤먼·마술사·예언자·아오이데·음유시인·연극배우·교사·편지·드루이드 사제로 대표되는 '인간 미디어', 토큰·셈 나무·피라미드·오벨리스크·부조·조각·석비와 같은 '조형 미디어' 그리고 동굴벽·파피루스 두루마리·판·오스트라콘·제본·책으로 등장하는 '기록 미디어'가 그것이다.

인간 미디어는 인간과 번식·화해·속죄·황홀경 등을 주관하는 각종 신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매개했다. 조형 미디어는 고대의 고도문화 사회에서 이승과 저승 간의 교량을 놓는 기능을 수행했다. 

기록 미디어는 중세까지 상징 권력 형성과 사회 지배 수단으로 작용했다. 이 세 가지 미디어는 공통적으로 제식(祭式, 제례 의식)에 사용된 미디어로 사회 조종, 인간 행위의 방향 제시, 사회 질서의 안정화 기능을 담당했다.

지금까지 미디어는 일반적으로 인간들 간의 커뮤니케이션 수단 또는 상징체계로서 코드가 작동하는 구조로 파악되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던진 질문은, "미디어가 사회 속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가?" 아니면 "어떤 미디어가 사회 공동체 유지를 위한 당면한 과제를 가장 잘 해결하는가?"이다. 

이에 대한 답변은 미디어의 기능과 분화를 이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류 초창기에 인간 미디어인 여성이 가장 잘 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을 포함한 생물의 번식을 주관하는 여신과의 커뮤니케이션이었다.

 또 여러 신들과 교감하는 사제의 기능은 제식과 제물 의식을 수행하는 것이었다. 이때 인간 미디어는 사회를 조화롭게 조종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민중에게 행동 방향을 제시하며, 불안한 사회를 안정시키는 데 기여했다.

전 지구적으로 디지털 시대의 전형적인 사회적 미디어로서 스마트폰이 지배적인 위상을 누리고 있지만, 우리는 네트워크형 개인주의를 극복하고 인간성 회복과 공동체 정신을 지향하는 포스트디지털 시대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여성, 사제, 샤먼, 사냥꾼, 무희, 음유 시인, 교사와 같은 ‘인간 미디어’, 석비와 피라미드 같은 ‘조형 미디어’, 그리고 편지와 두루마리 같은 고대의 ‘기록 미디어’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한 때다. 

이 책은 인류의 시작과 고대 문명을 창조했던 조상들의 휴머니즘적 사유 체계와 공동체 정신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획기적 기획이다. 초기 인류의 흔적을 아흔 세 장의 그림으로도 만난다.

-여성, 월경, 어머니, 사춘기, 결혼 등은 오늘날에도 존재하지만, 조종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로서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어머니로서의 여성에서 순전히 생물학적인 의미 외에 그 어떤 영적 의미를 찾지 않는다. 월경과 임신이 지니는 우주적 상징체계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대부분 피임약과 콘돔의 기능으로 축소되었다. 공공장소에서 모든 공동체 구성원들의 행위를 서로 연결시켰던 여성의 제식적 조정 기능은 수백 년 전부터 이미 잊히고 사장되었다.--2장 "선사 시대 미디어로서 여성" 중에서

지은이 베르너 파울슈티히(Werner Faulstich, 1946-2019)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독어독문학, 영어영문학, 미국문학, 철학, 신학을 공부했고, 1973년 ‘베스트셀러’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 튜빙엔대학에서 '매체미학'을 다룬 논문으로 미디어학과 영국철학을 가르칠 수 있는 교수 자격을 취득했다. 1987년부터 시겐대학 교수로 활동하다 1989년부터 뤼네부르크대학에서 미디어학 정교수로 재직하면서 대학 내 응용미디어연구소(IfAM) 소장을 역임했다. 그는 미디어 기본 지식, 미디어학 개론, 여론 작업, 영화 분석 기본 코스, 미디어 문화, 미디어 이론 등과 관련한 40여 권의 교과서와 연구서를 펴냈지만, 그의 연구 중점은 미디어 역사와 20세기 문화사다. 

옮긴이 김성재는 조선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다. 연세대학교에서 사실주의 독문학을 공부했고, 독일 뮌스터대학교 언론학과에서 “유행과 반유행”(1992)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논문은 수동적 및 능동적인 공론장에서 어떤 주제가 대중의 주의와 인기를 끄는 것을 커뮤니케이션 현상으로 간주하고, 이를 사회과학적으로 분석한 작업이다.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 중앙대학교 강사를 거쳐 1994년부터 조선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2022년 정년퇴임했다. 학내에서 커뮤니케이션 이론, 매체 철학, 매체 미학을 강의하면서 한국의 소리 커뮤니케이션을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학외에서는 한국지역언론학회장, 한국미디어문화학회장, 독일 바이로이트대학 객원교수, 광주연구소 소장, 한국지역사회학회장을 역임했다. 『유행과 반유행: 공론장의 커뮤니케이션 이론에 대한 사회과학적 접근』(1993, 독어판), 『체계이론과 커뮤니케이션: 루만의 커뮤니케이션 이론』(1998, 2005 증보판), 『매체미학』(1998, 편저), 『코무니콜로기』(2001, 번역), 『피상성 예찬』(2004, 번역), 『상상력의 커뮤니케이션』(2010), 『한국의 소리 커뮤니케이션』(2012) 등을 포함해 스물네 권이 넘는 책을 쓰고 쉰 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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