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통큰 치킨'의 부활 책임은 프랜차이즈 본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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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통큰 치킨'의 부활 책임은 프랜차이즈 본사에 있다
  • 유현희 기자
  • 승인 2022.08.16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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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원대 메뉴에 과도한 배달 수수료 부담에 등돌린 소비자
대형마트 '골목상권 침해' 비난 전에 단가 인하 고민이 먼저

치킨 가격 논란이 12년만에 재점화했다.

12년 전인 2010년 대한민국은 치킨 가격 거품논란이 한창이었다. 당시 후라이드 치킨 한 마리의 가격은 1만 6000원 수준이었다. 치킨 가격 거품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롯데마트였다. 롯데마트는 한 마리에 5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통큰 치킨’을 내놨고 이전까지 치킨 가격에 별다은 의문을 제기하지 않던 소비자들은 크게 동요했다. 3분의 1 이하의 가격에 한 마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롯데마트에는 긴 줄이 늘어섰고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거리로 나서며 롯데마트의 골목상권 침해를 규탄했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의 반발에 롯데마트는 ‘통큰 치킨’ 판매 중단을 선언했지만 이미 5000원짜리 치킨을 맛 본 소비자들은 치킨 가격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당시 중저가 치킨 브랜드들이 1만원 이하에 판매하는 것과 주요 프랜차이즈들이 1만 6000원을 전후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며 본사의 폭리를 지적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통큰 치킨이 사라진 지 한 해, 두 해가 지나면서 소비자들은 프랜차이즈의 치킨 가격에 둔감해져갔다.

그로부터 1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먹거리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대형마트들은 또 다시 저가 치킨을 잇달아 출시하며 반값 치킨 카드를 꺼내들었다.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홈플러스의 ‘당당치킨’이다. 당당치킨은 699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앞세워 40일동안 30만 마리 이상을 판매했다. 롯데마트와 이마트도 각각 1.5마리 분량 한통치킨(1만5800원)과 5분치킨(9980원)을 내놓으며 반값 치킨 행렬에 동참했다.

반값 치킨은 미끼 상품이다. 김밥 전문점에서 1500원짜리 김밥을 판매하는 것처럼 모객을 위해 손실을 감수하고 판매하는 것이다. 12년 전만해도 ‘통큰 치킨’을 두고 골목상권 침해와 치킨 가격 거품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현재의 양상은 좀 다르다. 치킨 프랜차이즈들의 대형마트 비판의 수위는 여전하다. 달라진 것은 소비자의 반응이다. 저가 치킨에 열광하는 이들이 압도적이다. 원재료 가격과 함께 물류 비용이 크게 오르며 2만원대 치킨 메뉴가 늘었다. 여기에 배달 수수료가 더해지며 2만원대 중후반의 가격을 지불해야 한 마리를 구매할 수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대형마트가 초저가 치킨을 선보일 수 있는 이유로 박리다매를 통해 매입단가를 낮추고 매장 판매로 배달 수수료를 줄인점, 가맹사업 없이 직영으로 운영하는데 따른 비용 절감 등을 꼽는다.

그러나 여기서도 의문은 제기된다. 국내 대표 치킨 프랜차이즈 중 가맹점수가 1000개 이상인 브랜드는 10개 내외다. 대형마트의 매장수는 1위인 이마트의 매장수는 150여개 수준이다. 2, 3위인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출점보다 폐점이 늘며 120개 내외의 매장수를 유지하고 있다. 1000개 이상의 점포를 둔 프랜차이즈 본사보다 매입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이유다.

가맹점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건 동의한다. 대형마트 인근 상권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적지 않은 매출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가 대형마트만을 탓하기 전에 판매 가격을 낮추고 가맹점 공급가격을 낮출 여지는 없었을까. 당장 닭의 호수만 바꿔도 단가를 낮출 수 있다. 국내 치킨프랜차이즈가 사용하는 닭은 대부분 10~11호(950~1050g)다. 많은 프랜차이즈가 사용하는 만큼 국내에서는 10~11호 생계의 가격이 가장 높게 책정된다. 이보다 호수가 높거나 낮으면 단가는 낮아지는 구조다. 물론 닭을 오래 키우면 사료가격 등의 부담이 커지니 농가에서도 단가가 가장 높은 10~11호의 닭을 출하해야 수지에 맞는다. 그러나 좀더 작은 호수의 닭으로 변경하면 본사와 가맹점 모두 매입단가를 낮출 수 있다. 여기에 과도한 광고 모델 경쟁을 지양하면 어떨까. 언제부턴가 치킨프랜차이즈의 광고모델은 내놓라하는 스타들의 각축장이 됐다. 지금 치킨 프랜차이즈에 필요한 것은 제2의 '통큰 치킨'에 대한 비난이 아니다. 12년 만에 부활한 치킨 가격 논란의 원인이 대형마트가 아닌 자신들에게 있음을 깨닫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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