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또, 자연재해에 의한 재난
상태바
[기자수첩] 또, 자연재해에 의한 재난
  • 조민교 기자
  • 승인 2022.08.15 10: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집중호우로 서울이 물에 잠겼다. 그러자 정부는 취약계층 주거 문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지하·반지하 공간이 주거 용도로 사용될 경우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거나 기존 반지하 주택은 일몰제를 추진해 비주거용 전환을 유도하는 등의 계획을 밝혔다. 반지하 주택을 장기적으로 없애 위험한 주거환경을 없앤다는 취지다.

1990년대 초까지 수도권에서 폭증하던 지하 주거는 매년 여름 반복되는 호우피해로 꾸준히 규제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올해도 여지없이 '반지하 폐지' 대책이 나왔다. 98년부터 시작된 형식적인 정책이 언제 이행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더 큰 문제는 20년이 지났는데도 반지하를 제거하는 것에 대책이 그친다는 것이다.

문제는 반지하가 사라진 후 거주하던 이들의 거취다. 저렴한 가격으로 비교적 넓은 공간에서 살고자 하는 저소득 다인 가구 등이 반지하 주택의 주 수요층인데 이들 중에는 공공임대 지원 대상이 될 정도로 경제적 최저계층이 아닌 경우가 많다. 반지하 폐지는 거주자들에게 주거 공간의 상실 뿐 아니라 고시원이나 옥탑 등으로의 퇴출이다.

비판을 잇따르자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입주지원 또는 주거바우처 제공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서울에 거주하는 반지하 거주자들을 모두 수용하기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것은 예산상으로 불가능하다. 또 서울 평균 월세를 생각해봤을 때 1년간 월 최대 12만원을 지원하는 주택 바우처도 현실성이 없다. 게다가 반지하 월세로 먹고 사는 소유주의 반발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침수 피해가 꼭 반지하에서만 일어나는지 등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위기가 약자에게 주는 피해가 더 크다는 것을 코로나 때 우리 모두가 경험했다. 어줍잖은 대책으로는 상황은 상황대로 악화되고 피해자만 더 늘어난다. 정부와 국토부, 그리고 서울시는 기후위기 시대 자연재해에 의한 재난이 항시적이고 일상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이에 대처하는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재난을 감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퇴근해 집에서 나오지 않고 전화로 대책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위기 상황마다의 대통령의 대처와 폭락하는 지지율을 생각하면 어렵지 않게 그 원인을 추측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