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늘어난 DB하이텍, 재투자엔 소극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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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늘어난 DB하이텍, 재투자엔 소극적인 이유
  • 이재영 기자
  • 승인 2022.08.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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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부족 반사이익 누린 DB하이텍, 현금 유입 급증
늘어난 현금에도 시설투자는 소극적, 대부분 적금에 투입
시설 장비조달 어려움・업황 정점 관측・물적분할 검토 탓 추정
DB하이텍이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 행진에 힘입어 현금이 늘어났지만 시설투자보다 적금을 늘린 비중이 컸다. 사진은 DB하이텍 공장. 사진=DB
DB하이텍이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 행진에 힘입어 현금이 늘어났지만 시설투자보다 적금을 늘린 비중이 컸다. 사진은 DB하이텍 공장. 사진=DB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 6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DB하이텍은 상반기 현금이 늘어났지만 재투자엔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 투자에 쓴 돈보다 정기 예・적금에 맡긴 돈이 훨씬 많았다. 8인치 파운드리 장비 조달의 어려움, 업황 정점을 통과했을 가능성, 설계(팹리스)사업 물적분할 검토 등 시설투자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DB하이텍 및 업계에 따르면 회사는 상반기 영업활동으로 3697억원의 현금을 벌었다. 전년 동기 1832억원보다 101.8% 증가한 금액이다. 벌어들인 현금의 대부분은 3개월 이상 1년 내 만기의 정기 예・적금에 투입됐다.

회사가 상반기 단기금융상품에 맡긴 현금이 4785억원이나 된다. 앞서 전년 동기엔 900억원에 그쳤다. 덕분에 올 상반기 회사의 이자수익은 29억여원 발생했다. 금리가 인상된 효과도 커 전년동기 8억원 정도였던 이자수익이 급증했다.

이에 비해 DB하이텍이 상반기 시설투자 용도로 지출한 현금은 747억여원으로 다소 보수적인 전략을 취했다. 전년 동기 541억여원보다 시설투자가 늘었지만 금융상품에 투자한 현금이 훨씬 많았다. 영업권이나 지적재산권 확보에 투입한 돈은 15억여원으로 전년(25억여원)보다 오히려 줄었다. 상반기 차입금을 줄이고 대출 상환을 늘리는 등 재무건전성은 개선됐지만 회사 내 유보금이 쌓이는 양상이다. 상반기 말 이익잉여금은 1조1320억원으로 지난해 말 8319억원 이후 1조원을 돌파했다. 회사 내 유보금이 많으면 투자처가 마땅찮은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

현금이 쌓이는 것은 DB하이텍이 2분기에도 영업이익 2132억원을 기록하는 등 6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덕분이다. 실적은 세계적으로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길어진데 따른 파운드리 반사이익을 누렸다.

하지만 인플레이션발 경기침체에다 IT수요가 둔화되며 파운드리 병목현상은 차츰 완화되는 추세다. 이에 파운드리 가격 상승세도 정점을 지났다는 관측이 나온다. DB하이텍이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추가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세계적으로 반도체 장비 배송 타임이 길어진 가운데 장비업체들이 DB하이텍이 주력하는 8인치 파운드리 장비를 만들 여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업황이 정점을 지났다는 관측은 투자회수가 어려워질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을 낳는다. 아울러 DB하이텍은 팹리스 사업 물적분할을 검토 중이라 사업개편 전에 현금을 쓰기 어려운 형편도 있다. DB하이텍에 대한 DB그룹의 지분이 부족해 투자유치를 받기 힘든 상황에서 물적분할은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물적분할 후 중복상장에 따른 주식가치 하락 사례를 경험했던 소액주주들이 반발하고 있다.

DB하이텍은 설계사업과 파운드리 위탁사업을 병행하면서 고객사의 영역에 발을 들이고 있는 부분이 추가 수주에 걸림돌이 된다고 인식한 듯 보인다. DB하이텍은 “사업부 분야별 전문성 강화 외 시스템반도체 업 특성상 고객과의 이해관계 상충이슈 해결을 위해 신중한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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