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학생도 아는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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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학생도 아는 상식
  • 이선율 기자
  • 승인 2013.09.25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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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중학교 시절, 학급회장이 반 행사에 쓰기 위해 회비를 걷었다. 부족한 것 보단 남는 게 낫다는 생각에 넉넉한 금액으로 예산을 확보해 행사를 잘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학기가 끝날 무렵 한 친구가 회비의 사용 유무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반 친구들은 생각보다 회비가 많이 남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총 40여명의 학생에게 한 사람당 3천원씩 되돌아가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한 학생의 의문 덕분에 3천원이라는 ‘꽁돈(?)’을 얻게 된 필자의 일화다.

비슷한 일이 최근 사립대학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대처방식과 결과는 사뭇 다른 듯하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전국 4년제 사립대학 153개교의 2012년 예산과 결산을 분석해보니, 예산편성시 1594억원이었던 이월금 규모가 결산시점에 1조1668억원으로 7.3배 늘어났다.

남은 돈으로 뭘 할지 용도가 지정돼있는 경우는 30%에 불과했고,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남은 ‘기타이월금’이 8168억원으로 전체의 70%를 차지했지만 걷은 돈이 이렇게 많이 남았는데도 돈을 돌려준다는 소식은커녕 등록금을 더 올리지 못해 혈안이라고 한다.

‘걷은 돈이 남으면 낸 사람들에게 돌려준다’는 중학생들도 아는 상식이 우리나라 대학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풍경에도 불구하고 남은 등록금을 돌려달라는 목소리는 여전히 ‘찻잔 속 태풍’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야기를 들은 한 학생은 “인하여력이 충분한데 거꾸로 등록금을 올리고 있었다니 사기당한 기분”이라고 한탄했고 다른 학생은 “우리가 낸 교비를 가지고 개인 돈처럼 남용하고 있다니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이런 분노들이 조직화되고 힘을 모으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반 친구 한 명의 의문 제기 덕분에 원래 내 돈이었던 3천원을 돌려받았던 필자의 값진 경험처럼, 당사자인 학생들도 내가 낸 돈이 어떻게 잘못 쓰이고 있는 지 관심을 가지고, 정당하게 내 몫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수고로움도 필요하다고 본다.

지난해 대선 당시, 정치권에서 강조했던 ‘반값등록금 공약’은 그런 이야기가 언제 있었냐는 듯 선거가 끝난 후엔 완전히 잠잠해졌지만 아무 대책 없이 손 놓고 당하고만 있을 순 없다. 자신의 권리 앞에 잠자는 사람에게 권리를 알아서 지켜주는 법은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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