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프롭테크와 중개업계, 동업자 길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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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프롭테크와 중개업계, 동업자 길 모색해야
  • 이소현 기자
  • 승인 2022.08.11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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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소현 기자
사진=이소현 기자

[매일일보 이소현 기자] 정치권에 싱크탱크로 몸 담았던 한 부동산 전문가에게 '깡통 전세' 해법을 묻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반복되는 피해의 해법은 정부의 개입보다 시장 정보의 투명화에 있다는 답변이었다. 전세 보증금 미반환에 취약한 빌라와 오피스텔은 매매가와 전세가 시세 등을 파악하기 힘들어 사고가 빈발하는 만큼 정보가 다양해지면 위험도 낮아질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최근에는 이 역할을 프롭테크 기업이 하고 있다. 서울의 월세 시장에서 시작한 부동산 프롭테크들은 아파트와 오피스, 빌라 등의 영역으로까지 자리를 넓혀 가는 중이다. 이들은 세입자 등 일반 시장 참여자들이 언제 어디서든 매물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은행 등 기업체에도 정보를 제공해 대출과 보증 등에서도 영향력을 끼치는 중이다.  

현재와 같이 깡통전세 위험이 가시화되기 몇 년 전 한 프롭테크 업체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에 시세를 분석해 사고 위험을 낮출 '솔루션'을 제안하기도 했다. 실제 사업으로 실행되지는 않았지만 데이터의 투명화라는 프롭테크의 긍정적인 역할을 보여준 한 사례다.

덕분에 세입자를 비롯한 수요자들은 정보의 투명화를 몸소 체험하는 중이다. 그전에는 깡통 전세 위험이 발생하면 공인중개사들이 자체적으로 지역 내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수요자들도 부동산 방문 전에 직접 앱을 통해 실거래가와 시세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같은 프롭테크는 오래된 갈등을 겪고 있다. 

일부 법리적인 문제까지 겪은 프롭테크 업계가 마주한 비판은 '골목상권' 침해다. 전국에 세포처럼 포진된 공인중개사들은 수년 전만 해도 매물 공유는 지역에 한정된 형태로 운영해 왔다. 건물의 시세를 평가하는 것 또한 감정평가사 고유의 업무로 여겨 왔다. 프롭테크의 등장으로 상황은 업계가 적응하기 힘들만치 급변했다. 부동산 현장 기사를 위해 방문한 한 공인중개사는 "프롭테그가 나온 이후 중개업은 젊은 사람에게는 도저히 권할 수가 없는 직업이 됐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기존 업계는 신생 기업들과 아직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다. 공인중개사들은 고객 확보를 위해 모바일 광고에 열중하고 기업은 공인중개사의 광고를 통해 매출 이익을 얻는다. 일부 기업들이 직접 소통에 나서면서 충돌은 잦아들었으나 반발과 우려는 남아 있다. 

다행히도 정부가 나섰다. 정부는 올해 부동산 서비스 관련 업계와 연구기관, 학계가 참여하는 '부동산서비스협의체'를 발족하고, 협의체 첫 회의를 열었다. 부동산서비스 분야의 기존 산업과 신산업 사이에서 상생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융합 서비스 발굴하는 것이 목적이다.  

정부 방침에 앞서 업계 인식도 변화해야 할 때가 아닐까. 한 업계 관계자는 "뉴질랜드 같은 곳에서는 일찍부터 전산망을 통해 전국의 모든 매물을 공유해 왔다"면서 "한국처럼 그 지역에 거점을 둔 중개업자 뿐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나 손님이 관심이 있다면 중개업자가 중개를 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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