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삼성・SK, 미 반도체 보조금 받으면 중국 증설투자 못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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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삼성・SK, 미 반도체 보조금 받으면 중국 증설투자 못할 수도
  • 이재영 기자
  • 승인 2022.08.04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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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520억달러 반도체 지원 수혜에 중국 등질 반대급부 커져
중국 반도체 굴기 견제 받는 사이 한국도 기술 격차 벌려야
“서방의 전략적 탈 대만 수요 선점 전략도 필요”
국내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미국 반도체 보조금 지원을 받으면 중국 증설 투자가 제한될 수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사진=삼성전자
국내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미국 반도체 보조금 지원을 받으면 중국 증설 투자가 제한될 수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사진=삼성전자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미국 520억달러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해당 보조금을 받게 되면 미국 증설 투자를 못하게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양사가 대미 투자를 확대하며 현지 정책 수혜도 커지겠지만 반대급부가 만만치 않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법상 중국 투자 제한 내용을 살피며 같은 법 적용을 받게 될 인텔이나 TSMC가 먼저 나서서 반대해주길 바라는 눈치다. 규제회피가 불가능하더라도 인텔과 TSMC가 같이 적용될 사안이라 중국정부의 보복대상이 될 위험도 덜한 부분은 그나마 위안이 된다.

국내 반도체업체 관계자는 “중국 투자 제한 내용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라며 “국제정세가 엮인 문제이고 아직 실행 단계도 아니라서 당장 어떤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하기엔 섣부른 단계다. 인텔, TSMC 모두 미국과 중국 사업을 같이 하고 있어 촉각을 세우고 있지만 개별 업체가 구체적 언급을 하는 것은 꺼려진다”라고 말했다.

산업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지원법안 ‘칩플러스액트’는 반도체 제조시설 건설에 대한 직접 보조금 390억달러, 연구개발비 110억달러 등 총 500억달러 규모의 자금과 자동차 등 수요산업 피해 극복 및 예방을 위해 성숙 공정 반도체 제조시설에 보조금 20억달러를 지원한다. 또한 25%의 시설 및 장비투자세액공제 혜택도 포함돼 있다. 세제혜택을 10년간 240억달러 규모로 시설 가동 전 선지급이 가능하도록 했다. 미 상무부는 이로 인해 직접 보조금과 합산 시 아시아에 입지한 기업 대비 40%가량의 첨단 반도체 제조단가 격차 해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보조금 및 세액공제혜택을 받은 기업들은 향후 10년간 중국 및 타 요주의 국가 내 장비 도입과 증설 등 제조역량 확대 및 신설 투자가 금지된다. 예외는 있다. 내수용 저기술 반도체 생산시설에 한해서다. 이에 대한 기준은 미 상무장관, 국방장관, 국가정보국장이 추후 결정 및 통보할 것으로 파악되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공장이 예외가 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미국은 또 이번 법 지원 예산 중 5억달러는 국무부 주도의 ‘다자간 반도체 안보기금’ 즉, 동맹국과 함께 수출통제, 지식재산권 보호 및 행사, 투자심사 등 공동 대응을 위한 국제 반도체 공급망 거버넌스 구축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는 새 법이 중국에 대한 견제 목적임을 분명히 하면서 최근 한국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는 ‘칩4 동맹’도 강력한 실행 의지를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미중 기술패권경쟁을 둘러싼 정세가 대체로 이런 식이다. 미국이 제조장비 수출통제 범위를 확대해 중국에 대한 14나노공정 이하 견제에 나선 것도 한국 반도체는 중국 반도체 굴기 위협을 낮추는 측면에서 도움을 받지만 현지 생산법인의 장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TSMC가 우려한대로 생산차질이 생겨 대체생산물량을 확보할 삼성전자가 점유율을 확대할 수도 있지만, 세계 경제가 2조6100억달러 손실을 겪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최근 대중 수출이 로컬 자급력이 높아지는 디스플레이와 석유화학 등을 중심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반도체도 장기적으로는 비슷한 구도가 예상된다. 미국이 중국 굴기를 견제하면서 정부 차원의 반도체 자급력 확대 투자가 더 가속화될 것도 예측 가능하다. 첨단장비조달 차질로 중국 반도체 기술 향상이 멈춰 있는 동안은 한국도 기술격차를 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향후 중국은 첨단공정 장비조달의 어려움으로 28나노 이상의 반도체 성숙 공정에 집중할 듯 보인다. 미국은 그 사이 선진 공정 생산 능력 확대에 집중하면서 격차를 벌린다는 속셈이다. 중국 SMIC가 7나노 생산에 성공했지만 핵심장비인 극자외선(EUV) 공정 도입이 어려워 생산 수율이 나쁘고 가격도 비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산 장비는 특히 7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 필수적이라 중국이 단기간 내 7나노 이상의 공정에서 획기적인 기술발전을 이룰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미국과 EU는 중국 견제 및 아시아 의존도 축소를 지향하고 있으며, 안보 위협에 직면한 대만에 대한 첨단 반도체 의존 완화가 핵심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이라면서 “향후 서방의 전략적 탈대만 수요 선점을 위한 전략이 필요하며 단기적으로는 국내 첨단 후공정 생태계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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