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외식업계 배달앱 독립…의존도부터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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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외식업계 배달앱 독립…의존도부터 줄여야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2.07.21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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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민주 기자] 직장인 A씨는 최근 날로 치솟는 배달비 부담에 애용하던 배달앱을 지웠다. 하지만 자취가 처음인 A씨가 직접 장을 봐서 매 끼니를 차려먹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적어도 한 주에 한 번 정도는 배달음식을 먹게 됐는데, 앱 없이 주문하기가 예전만큼 쉽지 않다.

전화로는 주문을 안받으니 앱을 이용하라는 곳이 생각보다 꽤 많았기 때문이다.

검색 포털에서 찾은 김치찌개 전문점에 전화로 배달을 시켰더니, 공깃밥과 밑반찬이 오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포털에 게시된 사진은 분명 찌개와 밥, 밑반찬이 함께 구성됐다는 듯 찍혀있는데 말이다. 가게에 문의해보니, 배달앱 페이지엔 공깃밥과 밑반찬을 추가 선택하는 체크란이 있단다. “전 어플 없이 전화로 주문해서 밥과 반찬이 별도 옵션인지 몰랐습니다. 더군다나 제가 볼 수 있는 검색 포털 페이지엔 관련 문구가 전혀 게재 되지 않았고, 전화로도 안내받지 못했어요.”

돌아온 대답은 오랜 기간 거의 모든 주문을 배달앱으로만 받다보니, 전화 고객을 고려하지 못했단 변명뿐이었다. A씨는 이후로도 꽤 많은 가게에서 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또한 열에 아홉 곳은 전화 주문 및 포장 가격이 배달앱 내 판매가격과 동일했다. 자영업자와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반발을 샀던 ‘배달비’는 각종 중개 수수료와 배달대행업체 인건비, 커미션, 광고비 등이 합산된 가격이다. 하지만 왜 중개플랫폼을 사용하지 않아도 가격이 똑같은지 A씨는 의문스러웠다. 결국 얼마 못가 A씨의 핸드폰 한 편엔 배달앱이 다시 자리 잡았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선 배달비와 관련한 토론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21일 기준, 조회수 1230회를 넘긴 한 인기 게시글의 제목은 ‘포장 할인은 왜 안 해주는 거예요’다. 작성자는 “소비자가 직접 방문해서 결제 및 픽업하면 중개업소에 줄 커미션, 배달료 등이 안 들어가는데 왜 (중개업소로 인해 플러스된)배달비가 포함된 가격 그대로를 받는 것인가”라고 질의했다.

“포장 용기 값이 너무 비싸서 똑같이 받는다”, “포장이 더 남는 장사지만, 배달보다 신경 쓸 게 많아 선호하지 않는다. 배달플랫폼 주문 손님이 더 좋다”, “배달앱을 안썼다고 더 저렴하게 받으라니, 그건 사장 마음이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소비자들은 파죽지세로 오르는 배달비에 뿔이 났다. 자영업자들은 배달플랫폼, 배달대행업체에 화살을 돌린다. 일부 점주들은 광고 및 집객 효과 등으로, 배달 중개 수수료가 부담스러워도 울며 겨자 먹기로 배달앱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수수료로 어쩔 수 없이 높게 잡았다던 배달앱 비용과 직전화‧포장 주문 가격이 어차피 똑같다면, 소비자들은 당연히 편리한 배달앱을 쓰지 않을까. ‘사장 맘이지 않냐’와 같은 감정적 대답이 아닌, 배달앱을 쓰지 않아도 될 충분한 조건으로 소비자들을 납득시켜, 3000만 배달앱 이용자들을 배달앱 독립운동의 동지로 흡수시켜야 할 때다.

배달비 부담, 일상회복에 따른 외출 증가, 짠테크 열풍 등으로 소비자들이 ‘탈 배달앱’ 움직임을 보이는 요즘. 외식업계는 이 기회를 잡을 준비가 돼있는지 묻고 싶다. 중개 플랫폼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이 배달앱 독립의 첫걸음이란 걸 소비자들은 이미 알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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