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IT공룡의 횡포에 맞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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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IT공룡의 횡포에 맞서려면
  • 조성준 기자
  • 승인 2022.07.1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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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산업부 기자
조성준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정보통신(IT)의 가장 큰 특성은 '혁신'이다. 혁신은 좋은 말이기는 하지만 반대로 보면 예측 불가능하고 새로운 것이기에 규제하기 어렵다는 뜻도 된다.

따라서 IT분야는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거나 제휴 관계에서 갈등이 생길 때 제도에 기대기 어렵다. 제도는 본래 사후적인데다 IT의 혁신과 새로운 시도를 담기에는 속도가 너무 느리기 때문이다. 중후장대를 위시한 전통적 의미의 제조업계에서 갈등이 생기면 기존의 판례나 기업간 합의 사례가 있어 참고 대상이 되지만 IT는 그러한 것도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글로벌 IT 공룡들이 갑질 비슷한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갑질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실효적으로는 갑질과 다름아닌 조치로 파트너사들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과 추가로 나온 꼼수 조치들이 대표적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와 iOS기반 스마트 디바이스에서 앱을 다운로드 받을 때 구글플레이스토어같은 자사 앱을 통해서만 절차가 가능하도록 해왔다. 다운로드 건당 특정 비율의 수수료를 구글이 가져간다. 국내 앱 마켓에서 구글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이고, 애플의 20%까지 합치면 사실상 독점 시장이기에 가능했던 조치다.

구글이 앱 시장을 장악해 수수료를 너무 많이 가져간다는 비판이 IT업계에서 일었고, 이에 지난해 8월 국회가 일명 '구글 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인앱결제를 강제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세계 최초로 구글에 대항하는 법안이었고,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구글은 법을 지키면서도 수수료는 그대로 챙길 수 있는 꼼수를 시현한다. 바로 인앱결제 내에서만 제3자 결제를 허용하도록 했다.

아웃링크(앱에서 웹 결제가 열리는 방식)를 통해 웹페이지에서 이뤄지는 '진짜' 제3자 결제방식은 막은 것이다. 더군다나 제3자 결제 수수료율을 최대 26%로 책정했다. 카드 사용료를 더하면 구글 결제(최대 수수료 30%)와 큰 차이가 없거나 더 비싸져 사실상 자신들의 결제 방식을 강요한 것과 다름 없기 때문이다.

법을 근거로 반란을 꿈꿨던 카카오는 구글과 갈등 끝에 백기를 들었다. 이모티콘 플러스를 자사 '구독 페이지' 웹에서 결제하면 월 3900원의 가격으로 구독할 수 있도록 아웃링크를 건 것이 구글을 자극했다. 구글은 외부 결제 페이지로 연결되는 아웃링크를 삭제하지 않으면 6월1일부터 앱을 지워버리겠다고 공지하며 대응했다.

카카오는 구글에게 부과하는 인앱결제 수수료를 아끼려다 구글을 자극만 한 셈이다. 결국 카카오는 지난 13일 갈등 두 달만에 카카오톡 앱에서 아웃링크를 삭제했다.

카카오가 구글의 정책을 따르기로 하면서 국내 IT기업들에게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 대한 비판도 뒤따른다. 애초 법안 발의 초기와 달리 국회 통과 과정에서 수수료 등 관련한 조항들이 모두 삭제됐을 뿐만 아니라, 아웃링크 의무화 등이 빠진 모호한 시행령으로 구글이 규제를 우회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가 고의로 허술한 제도를 내놓았을리는 없다. 앞서 말한대로 IT 분야는 갈등이 생겨도 참고할만한 전례가 희박해 원칙을 세우고 규제책을 내놓는 데에 분명한 한계점이 존재한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구글같은 IT 공룡의 횡포를 그나마 완화시킬 수 있는 수단은 결국 제도밖에 없다. 제휴사들의 말을 들을 리 만무한 구글이지만 해외 사업을 지속하려면 해당 국가의 정책은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보다 면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도록 연구하고 또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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