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가 만난 신탁전문가] 서울대 오영걸 “신탁업 걸림돌 자본시장법 개정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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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가 만난 신탁전문가] 서울대 오영걸 “신탁업 걸림돌 자본시장법 개정돼야”
  • 김경렬 기자
  • 승인 2022.07.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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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세대‧요부조자 재산 보호’ 신탁 취지 살려야
오영걸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오영걸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매일일보가 수백년 신탁 역사를 가진 영국에서 신탁법과 재산법을 전공한 오영걸 서울대학교 교수를 만났다. 오 교수와의 만남은 '색'달랐다. 연구실은 주백색 조명으로 차분했다. 한쪽에는 끝없는 배움의 고통을 상징하는 부조가 걸려있었다. 차분하면서도 끝없이 배우려는 열정이 묻어났다. 

오 교수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부임하기 전 싱가포르 경영대학교 로스쿨 교수를 지냈다. 그는 신탁법 논문으로 옥스퍼드 대학에서 석‧박사를 받았다.

최근 논문 제목은 ‘리부트’다. 오 교수는 리부트에서 국내 최초 담보신탁 판례를 다뤄 담보신탁법리가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수익자연속신탁의 영속성 제한에 관하여’라는 논문에서는 신탁이 유지될 수 있는 기간이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신탁은 기한이 없다. 죽은 사람의 의사가 수십년 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오 교수는 “저승에서 이승의 재산을 영원히 지배해선 안 된다”고 했다.

오 교수는 신탁을 ‘마법의 사탕보관소’로 비유한다. 신탁은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사탕(재산)을 분란 없이 물려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오 교수는 사탕보관소의 관리자인 신탁전문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오 교수는 “과거가 자산축적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자산관리 시대다”며 “자산관리를 위한 핵심 법적 장치가 신탁이다. 아직은 (인원이) 부족한 신탁전문가를 양성하도록 교육에 힘써야한다”고 전했다.

이날 오 교수는 신탁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법률·규제의 손질 필요성을 피력했다. 오 교수는 “법률의 충돌, 규제 등은 입법부와 학계가 힘을 모아 디테일한 부분까지 고려한 법안개정에 나서야한다”며 “신탁 실무자들은 일정 유형의 신탁에 대해서 변화 또는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야한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자본시장법(이하 자시법) 중 신탁업자의 요건을 신탁시장 발전의 걸림돌로 꼽았다. 실제로 자시법 상 신탁업자는 은행, 증권, 보험, 부동산 신탁사 정도다. 로펌 등 법률사무소의 신탁 영업은 원천봉쇄 돼 있는 셈이다.

오 교수는 “자시법이 규제해야 하는 범위는 투자자들과 이해관계가 엮인 투자신탁 등에 한정돼야한다. 실버세대를 위한 신탁. 장애인 복지를 위한 신탁. 자녀생계보장을 위한 신탁. 성년후견 신탁, 가업승계 신탁 등은 투자신탁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신탁이다”며 “이런 부분까지 로펌의 신탁업 진입을 막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자시법에 예외를 둬서 신탁 선진국(영국, 미국)처럼 적극 허용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주식신탁 시 수탁자의 의결권행사를 보유주식의 15%로 제한하는 규정 또한 신탁의 유형을 불문하고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세법도 문제라고 봤다. 세법이 발전을 거듭했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있다는 입장이다. 오 교수는 “위탁자에게 수익권이 없어도 세금이 부과되는 규정, 재건축 조합 대신 신탁업자가 부동산을 보유할 때의 세금규정, 장애인신탁에서 비과세액에 관한 규정, 유언대용신탁에서의 상속세 규정 등에 문제가 있다”며 “유언대용신탁이나 유언신탁에서 유류분을 계산할 때 상황에 따라 정확한 계산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문제점들을 로스쿨이나 금융연수기관 등의 체계적인 교육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신탁업계 실무자에게도 교육의 중요성을 부연했다. 오 교수는 “신탁시장의 실무 전문가들은 국내 실정에 맞는 신탁설계 샘플을 만들어가야 한다. 해외사례를 통해 다양한 방향을 고민할 때 해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특정 유형의 신탁을 실무에서 다룬다고 하더라도 신탁 전반의 기본 원리를 반드시 익히길 바란다. 그래야 우리나라의 신탁이 기형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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