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업 설비투자 살아나나 했더니…부채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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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업 설비투자 살아나나 했더니…부채 '빨간불'
  • 이재영 기자
  • 승인 2022.07.10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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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신사업 투자 늘리며 설비투자 회복세 보이지만
기업 부채비율 커져…실적 부진 업종, 차입금의존도 악화
금융비용 커져 순이익 나빠지면 금융조달 불리해지는 악순환
기업 투자가 회복세를 보이지만 관련 부채가 늘어 금융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최근 1조4000억원 신규 투자를 결정한 LG이노텍 구미사업장 전경. 사진=LG이노텍
기업 투자가 회복세를 보이지만 관련 부채가 늘어 금융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최근 1조4000억원 신규 투자를 결정한 LG이노텍 구미사업장 전경. 사진=LG이노텍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기업이 신사업 트렌드에 대응해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높은 금리 속에도 관련 차입금을 늘려야 하는 부담이 비례하고 있다. 기업 전반의 부채비율이 커져 금융비용도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순이익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돼 금융계로부터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야기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부진했던 설비투자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만 자금조달환경이 나빠진 상태에서 부채가 늘어나는 게 부담이다. 통계청이 가장 최근 발표한 5월 설비투자는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가 전월대비 11.9% 증가했다. 항공기 등 운송장비 투자도 16.4% 올랐다. 이에 전체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13% 확대됐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수입액이 일평균 6840만달러로 투자 증가세를 견인했다. 전년동월대비로도 기계류 4.3%, 운송장비 7.9%씩 투자가 늘어 총 5.1% 투자성장률을 보였다. 이는 지난 4월 설비투자가 전월대비 7.5%, 전년동월대비 11.9% 감소했던 데서 반전된 것이다. 최근 주요 그룹들이 전기차 관련 소재・부품・장비 밸류체인 구축에 나서는 등 성장이 가파른 신사업 위주로 투자가 활기를 되찾는 조짐이다.

하지만 동시에 투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부채가 커지는 상황에서 금리가 높아진 환경을 감당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전체 외감기업의 부채비율은 1분기 말 88.1%로 전분기 86.4%에 비해 상승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64.8%에서 65.7%로, 비제조업이 119.4%에서 123.4%로 모두 증가했다. 기업규모별로도 대기업이 81.2%에서 83.2%, 중소기업이 107.0%에서 107.1로 모두 상승세다.

차입금의존도는 23.9%로 전분기 24.1%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1분기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기업들의 실적이 양호해 자산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실적이 나쁜 업종과의 편차가 커졌다. 적자기업이 많은 전기가스업의 경우 44.0%에서 44.8%로 차입금의존도가 악화됐다. 전년동기 41.8%와 비교하면 나빠진 추이가 더욱 뚜렷하다. 건설업은 전분기와 같은 25.3%지만 전년동기 20.6%에 비해서는 나빠졌다. 서비스업 중 정보통신업이 전분기 20.9%, 전년동기 19.2%에서 올 1분기 21.9%가 된 것도 눈에 띈다.

금리가 높아진 환경에서 부채가 커지는 것은 기업 순이익에 부정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회사채 3년물 AA-(안정적) 신용등급 무보증 채권 기준 금리는 지난 6일 종가가 4.086%였다. 연초에는 2%대 중반이었는데 급상승한 것이다. 작년 중순만 해도 같은 조건에 1%대 금리의 회사채 발행이 평균적이었다.

이처럼 금융비용이 증가하면서 순이익이 위축되는 현상은 이미 1분기 상장사들 실적에서 나타났다.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연결기준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 상장기업 608사는 1분기 매출액이 24.18%, 영업이익이 14.43%로 전년 동기 대비 늘었으나 순이익은 13.79% 감소했다. 순이익률도 6.31%로, 2.78%포인트 줄었다. 유독 실적이 좋은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순이익은 26.33%의 더 큰 낙폭을 보인다. 순이익률도 5.21%로, 3.62%포인트나 축소됐다.

이들 상장사의 1분기 연결부채비율은 118.57%로 작년말 대비 2.3%포인트 늘어난 것도 확인됐다. 또 608사 중 순이익 흑자기업이 476사(78.29%)로 전년 동기 504사 대비 28사(4.6%포인트) 감소한 것도 부각됐다. 이처럼 금융비용 증가로 적자전환 기업이 늘어나면 해당 기업은 자금조달이 더 불리해지는 악순환이 벌어질 것이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발 금리 인상은 국내 회사채 금리와 은행으로부터 기업대출 금리가 상승하는 현상을 유발하고 있다”며 “계약금부터 중도금, 대금 납입까지 장기간이 걸려 대출이 불가피한 수주산업 등 금융비용이 급증할 산업 분야부터 정책적 금융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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