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도 기관도 '코인 패닉 셀'…시총 고점대비 2조달러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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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도 기관도 '코인 패닉 셀'…시총 고점대비 2조달러 증발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2.07.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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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코인 시총 1조달러 붕괴..."아직 최악은 오지 않았다"
루나사태 후 시장 신뢰도 바닥...전문가들 "닷컴 버블 떠올라"
인플레 우려와 시장 신뢰도 추락으로 가상화폐 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플레 우려와 시장 신뢰도 추락으로 가상화폐 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파티가 끝났다’(월스트리트저널), ‘가상화폐 시장의 대학살’(CNBC) 

지난해 뜨겁게 달아올랐던 가상화폐 시장이 차갑게 식었다. 이 때문에 시장이 길고 긴 빙하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비관론이 흘러 나오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 경기침체라는 거시경제 요소가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깔려있는 상황에서 투매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지난해 고점(6만8790달러) 대비 70% 떨어졌고, 이더리움은 지난해 11월 고점(4812달러)보다 80% 넘게 떨어졌다. 한때 2조9044억달러(약 3424조원)나 됐던 전 세계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9650억달러(약 1238조원)로 줄었다. 고점을 기록했던 작년 11월, 3조691억달러에서 2조달러 넘게 증발한 것이다. 

비트코인 시총도 1조2787억달러에서 4017억달러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이더리움 역시 같은 기간 5716억달러에서 1405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비트코인 거래가격은 최근 들어 2만달러 선까지 무너지면서 비트코인을 장기 보유하던 호들러나 채굴자들도 매도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글래스노드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은 13~19일 하루평균 4710개의 비트코인(약 1300억원)을 ‘커스터디 지갑’에서 거래소로 보냈다.

전문가들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이 지속되는 한 가상화폐가 다시 오르기는 어렵다고 전망한다. 그러면서 최소 6개월에서 1년까지는 이 같은 지지부진한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중이다. 

미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시중 돈줄이 마른 탓도 있지만, 시장의 신뢰를 상실했다는 게 더 근본적인 문제다. 지난 5월 가상화폐 ‘테라USD’와 ‘루나’ 폭락 사태에 이어 지난달에는 미국의 가상화폐 담보 대출 서비스 업체인 ‘셀시우스’가 고객 자산에 대한 출금을 중단했다. 

많은 전문가는 가상화폐 시장이 21세기 초 IT 거품 붕괴와 비슷한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가상화폐의 추락에 개미뿐 아니라 고래들도 공포에 질려 내다 팔고 있다. 글로벌 코인 데이터 분석업체 글래스노드는 “채굴자와 호들러(장기 보유자), 가상화폐투자사 등 기관투자가조차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전망은 아직 최악이 오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상화폐 대부분의 가격이 폭락하거나 아예 휴지 조각이 됐지만, 아직도 바닥이 아니라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가상화폐 시장을 이끌어가는 당사자들도 최악을 대비하는 중이다. 가상화폐 채굴 기업들은 보유 중이던 비트코인을 대량 처분했고, 코인베이스·블록파이 등 거래소들은 대규모 인원 감축에 착수했다.

디파이(DeFi)가 키운 전염성 강한 시스템 리스크도 그대로 남아 있다. 디파이란 탈중앙화(Decentralize)와 금융(Finance)의 합성어로, 정부나 기업 같은 기관의 통제 없이 투자자와 거래소가 직접 금융거래를 제공하는 금융시장을 의미한다. 중개소가 없어 수수료가 싸다는 장점 때문에 빠르게 성장했고, 그 결과 디파이 플랫폼에 예치된 금액은 작년 1월 약 27조원(230억달러)에서 올해 1월에는 약 274조원(2300억달러)으로 불어났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디파이 시스템으로 가상화폐 시장 상호 연결성이 높아졌고, 한 자산 가격이 내려가면 그 영향이 시스템 전체로 퍼져 나가게 된다”고 분석했다.

주가보다 가격이 빠르게 폭락하면서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金)’이라는 일각의 주장도 힘을 잃었다. 미국 투자 분석 기업 모닝스타의 메들린 흄 분석가는 “가상화폐가 2009년 등장해 10년 이상 사용됐지만 여전히 주류 위치에는 오르지 못했다”며 “금융 위기가 터지면서 가상화폐에 대한 신뢰가 더욱 약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가상화폐 시장의 본격 붕괴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파브라이 인베스트먼트 공동 대표인 모니시 파브라이는 “최악 상황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대부분 가상화폐가 빅 제로(Big Zero·아무런 가치도 남지 않는 것)라는 결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몇 년 전부터 “앞으로 10년 내에 가상화폐 가운데 99%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해온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최고경영자는 “현재 가상화폐 2만여 가지 중 결국 수십 가지만 남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가상화폐 시장이 혹독한 겨울을 보낸 뒤 재편되면 우량 코인은 살아남을 거란 낙관론도 존재한다. 2000년대 초 닷컴버블 붕괴처럼 가상화폐 시장이 장기간 침체에 빠지더라도 비트코인·이더리움 같은 코인은 살아남을 것이며, 거품 붕괴가 장기적으로는 가상화폐 시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버트런드 페레즈 웹3재단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넷이 처음 유행하던 시기에는 가치가 없는 회사가 너무 많았다”며 “이 회사들이 정리된 것처럼 가치 없는 가상화폐가 정리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하락장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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