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가 카카오에게 모빌리티 지분을 팔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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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가 카카오에게 모빌리티 지분을 팔게 했을까
  • 박효길 기자
  • 승인 2022.06.3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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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길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박효길 기자] 카카오가 최근 한 사모펀드와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매각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가 어수선한 분위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택시, 대리운전, 바이크 등 모빌리티 전반을 아우르는 국내 최대 모빌리티업체다. 기업가치는 8조5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알짜 중의 알짜 계열사인 셈이다. 이런 알짜 계열사 지분을 카카오는 왜 매각하려고 할까.

지난해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주식시장도 좋았고 카카오모빌리티가 상장도 추진 했다. 그러나 최근 인플레이션 등으로 주식시장 분위기가 나빠졌고 상장철회를 하는 사례도 생기면서 카카오모빌리티도 상장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사모펀드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의 투자금 회수 요구가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것이 카카오의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매각의 가장 큰 원인이겠다.

그러나 이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 공정위는 카카오 택시 콜 몰아주기 관련 조사하고, 자사 우대 행위에 대한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카카오모빌리티에 발송했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의견서를 받아 검토한 후 전원회의를 열어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 2020년 택시단체들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 가맹 택시에 호출을 몰아주는 불공정행위를 하는 것으로 보고, 공정위에 신고해 조사를 촉구했다. 카카오T 앱으로 택시를 부르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일반 택시가 아닌 멀리 떨어진 카카오 택시가 먼저 배차된다는 게 택시업계 주장이다.

공정위는 본사 현장 조사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자사 서비스를 특대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는 회사가 지난해 4~5월 배차에 영향을 끼치는 콜 수락률, 기사 평점, 운행패턴 등 알고리즘 변수를 변경해 가맹택시 관련 비난 여론과 공정위 조사를 피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는 인공지능(AI) 배차 시스템은 2019년부터 장기간 준비한 후 재작년 도입됐으며 공정위 조사가 임박한 시점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수락률 등 요건은 기존 배차 시스템에서도 고려해온 요소로, 조사에 대비해 알고리즘을 변경했단 내용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공정위와 카카오모빌리티 간의 갈등에서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소비자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점이다. 알고리즘 변경으로 소비자의 편익이 높아진다면 그게 더 나은 것이 아닌가. 이번 공정위의 움직임을 보면 신사업을 일으킨 선도기업을 구속하는 걸로 비춰진다. 결국 카카오에게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을 팔게 한 여러 이유 중 규제기관도 한 몫하지 않았을까.

담당업무 : 게임, 인터넷, IT서비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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