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저성장과 경제 위기는 한국 사회 곳곳에서 갈등을 부채질하고 확산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기존 지역 갈등과 빈부 격차에 따른 갈등, 노사 갈등에 더해 새로운 갈등 현상으로 부상하고 있는 세대 문제와 젠더 문제에도 저성장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대 갈등은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폭등과 맞물리며 크게 부각된 바 있다. 부동산 가격 폭등에 따른 이득은 주로 자본이 축적된 기성세대에 집중됐고, 이로 인해 기회가 박탈된 청년세대는 ‘벼락거지’라는 자조감에 시달려야 했다.
코로나19 확산 기간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으로 인해 주식시장이 호황을 맞았지만 역시 자본을 축적할 수 없었던 청년세대는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소외된 집단이 됐다. 청년세대가 유독 가상화폐에서 기회를 찾은 것도 기성세대가 가상화폐와는 상대적으로 거리를 뒀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는 과거 고도 성장기에 큰 어려움 없이 자본을 축적할 수 있었고, 이를 지렛대 삼아 경제적 경쟁에서 청년세대에 대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뒤 등장한 청년세대는 ‘고용 없는 성장’에 막혀 자본 축적은커녕 노동시장 진입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현재 한국 사회 내 세대 갈등은 경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갈등, 정년연장 문제를 둘러싼 갈등, 국민연금 등 복지부담 설계를 둘러싼 갈등 역시 모두 세대 간의 문제로 귀결된다.
지난 대선 때 화두로 떠오른 청년세대 내 젠더 갈등 역시 저성장 문제와 연결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대선 당시 여야 후보 모두 ‘저성장’에서 젠더 갈등의 뿌리를 찾기도 했다.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는 “저성장은 기회의 부족을 초래했고 그 속에서 사회적 약자가 돼버린 청년계층들이 새로운 기회 찾지 못하다 보니 극렬하게 경쟁 아닌 전쟁을 겪게 된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도 저성장으로 인한 기회 축소를 지적하며 “저성장에서는 기본적으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또 “기회의 문이 더 좁아졌기 때문에 젠더갈등을 해소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