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국가에서 시장으로’ 패러다임 전환...기업 투자에 성패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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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국가에서 시장으로’ 패러다임 전환...기업 투자에 성패 달렸다
  • 조현경 기자
  • 승인 2022.06.26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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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시장 개입·재정 투입 대응과 결별 선언
민간 주도 성장 노선...감세 등 기업 기 살리기
과거 정부 실패 반복·낙수 효과 회의론 넘어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윤석열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정한 여성경제인협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윤석열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정한 여성경제인협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새 정부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으로 국가 주도에서 시장 자율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나선다. 경제 운용 주도권이 민간에 넘어가는 만큼 기업들의 호응 여부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특히 정부가 기대하는 투자 붐이 현실화되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경제 활력 제고로 저성장 극복

새 정부가 시장의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민간 주도 성장을 전면에 내건 데는 최근 과도한 규제와 정부개입 등이 기업의 자율성을 제약하면서 민간투자가 빠르게 위축하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가운데 상품시장규제 강도에서 6위, 정부의 기업 활동 개입 수준에서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국내 민간투자 위축은 민간 일자리 창출력 둔화로 이어졌다. 제조업 취업유발계수(10억 어치의 재화를 만들 때 직·간접적으로 창출되는 고용자 수)는 2000년 11.2에서 2010년 9.8, 2015년 8.7, 2019년 7.6 등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새 정부는 또 전 정부가 민간의 성장·고용 둔화에 재정 중심으로 대응하면서 민간 활력이 더욱 저하되고 일자리 역시 단기·재정·고령 일자리 중심으로 증가했다고 보고 있다. 기업의 자율성을 살리는 근본 해법 대신 재정을 통한 땜질 처방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이런 처방으로는 고질적인 저성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새 정부의 인식이다.

이런 인식하에 새 정부는 민간·기업·시장 중심의 경제 운용으로 경제 활력을 제고하고 저성장을 극복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법인세 줄이고 형벌 완화하고

새 정부의 이 같은 구상은 최근 발표된 경제정책방향에 잘 드러나 있다. 새 정부는 출범 한 달여 만에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 기업의 세금 부담을 낮추고, 경제 형벌을 완화하는 등 기업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들을 발표했다. 민간 주도 경제로 경제정책방향을 전환하겠다는 경제패러다임 변화와 맞물린 정책들이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25%→22%)는 새 정부의 감세 기조를 대표한다. 정부는 ‘국제적인 조세경쟁’을 이유로 현재 4단계인 법인세 과표구간을 단순화하고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인하하기로 했다.

투자상생협력촉진 과세특례제도 폐지도 주목할 대목이다. 여기에는 민간에 투자를 강요하는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이 제도로 인해 그동안 투자, 임금, 상생협력 등으로 미환류된 소득의 20% 세액을 법인세로 추가 납부해 왔다. 투자를 안 하니 징세하겠다는 논리로, 징벌세라는 비판이 나왔던 이유다.

경제형벌 완화는 민간 활력 제고를 위한 또 하나의 축으로 평가받는다. 새 정부는 경제법령상 형벌이 기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하고 있다고 보고, 경제 형벌을 행정제재로 전환하거나 형량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특히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 경영책임자 의무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지난 정부에서 강화된 공정거래법 상 규제 완화도 같은 맥락이다. 새 정부는 부당지원 및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규제적용·예외인정 범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심사지침을 개정하기로 했다.

◼민간 투자 붐 현실화가 관건

문제는 새 정부의 이 같은 경제 운용이 실제 민간투자로 이어지면서 경제 활력을 가져올 수 있느냐다.

당장 야권에서는 과거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 인하 등 새 정부와 닮은꼴 정책을 폈지만 사내유보금 증가라는 정반대 효과가 나타났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제 위기 등 투자에 있어 불확실성이 높을 경우 세금이 줄어든다고 해서 기업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50년 만에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 경보가 울리고 있는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간과할 수 없는 지적이다.

새 정부의 정책이 대기업 위주로 짜여 졌다는 점에서 ‘낙수 효과’ 기대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낙수 효과란 대기업에서 시작된 부(富)가 중소기업으로 흘러들어간다는 이론이다. 과거 한국 경제가 낙수 효과에 기대 성장하긴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낙수 효과가 감소하고 있다는 연구(2018년 2월 산업연구원의 ‘대기업 체제의 한계와 향후 과제’ 보고서)가 나오는 등 낙수 효과에 대한 의구심도 존재한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재계가 일제히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등 새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추는 모습은 주목되는 대목이다. 최근 국내 10대 기업들이 발표한 투자계획 합계는 1000조 원 대에 이른다. 결국 대기업의 투자가 계획에 그치지 않고 실행되느냐에 새 정부 정책의 성패가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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