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기술이 국운 가른다...과학기술 패권국가로 도약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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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기술이 국운 가른다...과학기술 패권국가로 도약할 때
  • 김정인 기자
  • 승인 2022.06.26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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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세계 패권 다투던 중국 ‘반도체 굴기’ 막혀 먹구름
尹대통령 “과학기술에 목숨걸라” 이재용 “기술·기술·기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미국으로 상징되는 기존 과학기술 패권국의 벽은 견고했다. 미국과 세계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반도체 굴기’에 실패하면서 휘청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야흐로 과학기술 패권이 국운을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한국이 위기를 넘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술 패권국 합류가 절실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21세기 전쟁터는 반도체 공장”

지난달 20일 한국을 찾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에어포스원에서 내리자마자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찾았다. 이에 대해 미국 현지 유력 언론인 뉴욕타임스(NYT)는 “비행기에서 내린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 찾은 곳은 정부청사나 대사관, 군사 기지가 아니었다. 21세기의 진정한 전쟁터를 대표하는 널찍한 반도체 공장이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과 동행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7일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반도체는 안보 전략적 가치가 있다”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한미 정상회담 때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시설)를 보유한 평택을 가장 먼저 방문한 것은 미국이 안보 전략적 차원에서 대한민국을 포기 못한다는 걸 전 세계에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갈등을 풀고 도약·성장해야 하는데 그걸 위해선 과학기술밖에 없다. (과학기술에) 목숨을 걸고 해야 한다. 과학기술을 통해 우리가 하나가 될 수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선도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전 부처의 각성을 촉구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각 부처는 물론이고 여당까지 ‘반도체 열공’ 바람이 불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방문 당시 공장에 나와 직접 귀빈들을 맞이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달 약 2주간에 걸쳐 유럽을 찾아 글로벌 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지난 18일 귀국한 이 부회장은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에선 못 느꼈는데 유럽에 가니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훨씬 더 느껴졌다. 시장의 여러 가지 혼동과 변화, 불확실성이 많은 상황”이라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고 말했다.

직후 삼성전자는 4년 만에 상반기 전략회의를 열고 글로벌 복합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 찾기에 돌입했다. 이 부회장이 강조한 ‘기술’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물론이다. 삼성전자의 위기극복 해법은 ‘초격차 기술’ 확보로 모아진다.

이같이 최근 한 달 여의 시간 동안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연출된 여러 장면들은 첨단기술이 기업의 명운은 물론이고 국운까지 가르는 기술 패권 경쟁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반도체 굴기’ 꿈 무너지면 中 휘청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현 주소 역시 기술 패권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1980년대 개혁개방 이후 세계화에 편승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며 2011년까지 30년 동안 9%대의 초고속 성장을 이룩한 중국은 자본의 한계효율 현상에 직면,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5년 이후 성장률이 6%대로 떨어지더니 이젠 6%선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성장률 유지를 위해 자본 투입량을 높이는 방식의 대응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급격한 부채 증가로 이어져 중국 경제의 시한폭탄이 되고 만 것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2015년 기술력을 높이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바로 ‘중국제조 2025’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 계획에서 2025년까지 독일·일본 제조업 수준의 기술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고, 이어 2035년 두 나라 수준을 추월한 뒤 2045년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술 최강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목표 달성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다. 특히 중국 IT 제조업 부품의 핵심 중간재인 반도체에는 반도체 굴기를 공식화한 2014년 이후 현재까지 약 1조 위안(약 193조 원)을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간 경쟁이 아닌 국가 주도의 기술개발 방식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부은 반도체 기술 역시 마찬가지였다. 삼성전자와 TSMC가 생산하고 있는 초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이 목표였던 우한홍신반도체(HSMC)와 취안신접집적회로(QXIC) 두 회사는 단 한 개의 반도체도 생산하지 못한 채 파산했다. 심지어 중국 ‘반도체 굴기’ 정책의 중심에 있던 칭화유니 역시 파산을 피하지 못했다.

이 같은 중국의 기술 굴기 실패 사례들이 이어질 경우 중국 경제는 성장률의 지속적인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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