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각자도생'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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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각자도생'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2.06.26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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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근본적으로 어떻게 대처할 방도는 없습니다."(지난 20일, 윤석열 대통령 출근길)

전 세계적 경기침체에 정부가 어떤 대책을 고민하는지 묻는 기자들에게 대통령은 위와 같이 대답했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 정책을 쓰고 있는 마당에 생긴 문제들이기 때문"이라는 부연을 덧붙이며 불가항력 측면이 있음을 강조했지만 대통령이 바라보는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의심케하는 대목이었다. 이 답변은 듣기에 따라 경기침체에 대책이 없다는 식으로 들린다. 더 나아가면 국민들 스스로가 '각자도생'하라는 소리로도 들린다.

대통령의 이같은 안일한 위기의식에 민생도 돌아서는가보다. 취임 50일을 목전에 둔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빠지는 추세다. 

24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긍정평가는 47%로 전주 조사 대비 2%p 떨어지며 3주 연속 하락했다. 직무수행 부정평가자들에게 자유응답으로 그 이유를 물은 결과, '경제·민생 살피지 않음(11%)'을 꼽은 응답 비중이 '인사(13%)'에 이어 2번째로 가장 많았다.

윤 정부는 '민생'을 최우선으로 강조하며 출범했다. 얼마 전 윤 대통령은 국회 정상화를 촉구하며 "국민들이 숨이 넘어가는 상황"이라고 작금의 위기상황이 얼마나 엄중한지 진단한 바 있다. 그런데 정작 대통령은 현재의 위기상황을 너무 쉽게 바라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문제는 직면한 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이른바 '3고'로 민생이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주식 빚투(빚내서 투자)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 당장 올 연말쯤 주택담보대출금리가 8%에 육박할 것이란 금융권 안팎의 전망이 나온다. 환율은 13년만에 처음 1300원을 돌파했고, 주식시장은 매일같이 연저점이 무너지는 중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고금리 충격이 현실화되면 가계와 기업에 미치게 될 충격파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한 '경제고통지수'도 5월 기준 8.4로, 21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 실업률은 3.0%였다. 물가가 급등한 데 따른 것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8년 8월(5.6%) 이후 13년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정부의 전망대로라면 올해 경제고통지수는 7.8이 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7월9일 이후 연간 기준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현 정부의 뚜렷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윤 대통령 스스로도 "근본적인 대처 방도를 내기 어렵다"고 시인할 정도다.
 
그나마 제일 서둘러 꺼내든 경제정책은 '민생'과 '서민'이 대상이 아닌 '부자감세'였다. 법인세 인하 등을 통해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투자를 활성화 시키겠다고 하지만, 시기도 적절치 않고 오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 국면에 기업들이 세금 부담을 덜어준다고 곧바로 투자로 이어질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정책 취지와 어긋나게 기업들의 유보금만 불어날 것 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각설하고, 나날이 치솟는 은행 이자부담과 장바구니 물가에 지친 국민들은 정부 나름의 대책을 고대하고 있다. 그것이 정부의 역할이자 대통령의 책임이다. 경제가 어려워 국민들이 숨 넘어가려 할땐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국민들 스스로가 알아서 살 길을 찾아가야 하는 '각자도생'의 시대가 오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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