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개입 시사에도 高환율 속수무책…1400원 돌파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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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개입 시사에도 高환율 속수무책…1400원 돌파 가능성도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2.06.2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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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후 처음 1300원 돌파...기재부 "시장 안정 총력"
외환보유액 급감 우려..."韓美 통화스와프 체결 서둘러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열린 제2차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추 부총리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을 시사했다. 사진=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열린 제2차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추 부총리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을 시사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하는 등 2008년 금융위기의 악몽을 떠오르게 하고 있다. 당시 900~100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원·달러 환율은 그해 9월부터 10월까지 한 달 사이 1400원대로 폭등했다.

올해 원·달러 환율은 2008년 당시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 초까지 1100원대에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200원대로 치솟았고, 급기야 1300원까지 돌파했다. 이대로라면 언제든지 1400원도 넘볼 수 있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실제 국내 주요 기업들은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이상으로 상승할 것을 상정하고 대응 전략에 부심한 상황인데 일부 기업의 경우, 원·달러 환율 1400원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4.5원 오른 달러당 1301.8원으로 마감했다. 1300원을 뚫은 건 13년 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부터 1300원을 넘었다. 전 거래일(1297.3원) 보다 1.7원 오른 1299.0원에 거래를 시작해 전날 기록한 연고점(1297.9원)을 경신하더니 장 중 1302.9원까지 올랐다.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구두 개입을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되지만 역부족인 모습이다.

이날 원화 대비 달러 환율이 1300원 고점을 돌파한 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제2차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정부는 환율 상승에 따른 시장 불안 등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필요하면 시장 안정 노력과 시장 내 수급불균형 완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환율 변동성이 커지자 외환당국은 올 들어 3월 7일, 4월 25일, 6월 13일 등 세 차례나 공식 구두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약발이 듣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정부와 한국은행은 최근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외환당국은 시장 내 심리적 과민반응 등으로 쏠림 현상이 심화되지 않도록 노력해 나가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이날 구두 개입은 이례적으로 김성욱 기재부 국제금융국장과 김현기 한은 국제국장 명의라는 점을 명시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약발이 듣지 않는 데 대해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전세계적으로 원화 뿐 아니라 다른 통화들도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며 "원화만 유독 다른 요인으로 약세를 보이는 게 아닌 글로벌 한 현상이라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환율이 급등하며 1300원 마저 돌파한 것은 간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를 선호하는 심리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22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다는 증거를 볼 때까지 방향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해 인플레 압력을 진정시키기 위해선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확안했다. 그는 또 "경기 침체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며 "연착륙을 달성하는 것이 상당히 더 어려워졌다"며 경기침체 가능성을 인정했다.

문제는 달러 강세를 방어할 '외화 실탄'인 외환보유액이 빠르게 줄고 있다는 점이다. 외환당국은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를 위해 달러를 매도해 오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477억1000만 달러로 전월말(4493억 달러)보다 15억9000만 달러 감소해 3개월 연속 140억6000만 달러가 줄었다.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것은 외환당국이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로 달러를 매도한 결과다.

한편 최근 금융위기 수준으로 원화 가치가 곤두박질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기축통화국인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을 서둘러서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위기에서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며 각각 300억 달러(약 38조 원), 60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해 금융시장 안정화에 크게 기여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후보자 시절 한·미 정상회담 의제로 양국 통화스와프를 올릴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통화스와프는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 자국 통화를 맡기고 미리 약정한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릴 수 있는 협정으로,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정부 움직임에 따라 한은 역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통화스와프 체결 협의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이 실제 추진된다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비밀리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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