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고통 외면하는 국회의 직무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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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민고통 외면하는 국회의 직무유기
  • 김정인 기자
  • 승인 2022.06.23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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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여야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 상임위 배분을 두고 공방을 벌이면서 국회 원구성이 3주가 넘도록 지연되고 있다. 급기야 '이재명 살리기' 공방으로 여야가 또다시 정면충돌하면서 원내대표 회동이 불발되기도 했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상황에 국회 공전 상태의 장기화가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여야가 지난한 공방을 벌이며 민생을 외면하는 동안, 국민들은 엄청난 물가 상승에 신음하고 있다. 당리당략을 두고 싸울 때가 아니라, 진정으로 민생과 경제회복을 위해 국회가 나설 때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당내 공부모임 '혁신 24 새로운 미래(새미래)' 세미나에 참석해 "민주당이 원구성 협상을 하는데 그냥 법사위 주고 나머지 11대7로 나누면 되는데 계속 원구성과 관계없는 조건을 붙인다"며 "대선 과정에서 고소·고발사건에서 취하를 하라고 하는데 전부 이재명 의원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을 살리기 위해서 취하하라고 정략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반발하며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취소하고 나섰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에서 권 원내대표를 겨냥, "기사를 봤더니 정말 얼토당토않은 발언으로 살얼음판인 협상 상황에 찬물을 끼얹어서 기가 차다"며 "(여야 원 구성 협상 당사자인)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께 물어보니 협상 과정에서 이재명의 '이' 자도 안 나왔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정쟁을 유발하고 협상에 찬물을 끼얹는 게 집권여당 대표의 책임 있는 자세냐"며 "(권 원내대표가) 사실을 왜곡한 것을 바로잡아주고 사과하지 않으면 오늘 중 만남을 갖지 않겠다"고 했다.

양 원내대표의 공방은 오후에도 이어졌다. 권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의 사과 요청에 대해 "사과할 게 뭐가 있나"며 "어제 (민주당) 진 수석이 (협상과정을) 다 까발려서 우리도 대응했을 뿐인데 그거 가지고 삐치면 (회동을) 못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박 원내대표는 "여야가 후반기 원구성을 하는 게, 누가 삐지고 안 삐지고의 문제냐"며 "오늘 협상 없다. 사과해 주면 만나겠다"고 했다.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국회가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동안 국민들은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경제고통지수가 역대 최고를 기록할 정도로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최악의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 상황을 두고 "지금 국민이 물가 급등 등 경제 위기로 숨이 넘어가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럴 때 국회는 대체 무얼 하고 있는가. 고물가 상황 대응 차원의 법제정에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전례 없는 대내외적 위기 국면에서 여야는 조속히 원구성에 합의해 직무유기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을 바라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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