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나라 밖 전쟁에 '피해자' 뿐인 원자잿값 상승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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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나라 밖 전쟁에 '피해자' 뿐인 원자잿값 상승 갈등
  • 최재원 기자
  • 승인 2022.06.2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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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원 건설사회부 기자.
최재원 건설사회부 기자.

[매일일보 최재원 기자] 최근 건설업계에서 화두에 오른 키워드가 있다면 바로 ‘건축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건설업계는 건축비를 놓고 한차례 논쟁이 벌어졌다. 안 그래도 인건비 상승 때문에 건축비를 올리고자 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해 원자재가까지 오르며 갈등을 빚는 것이다.

이 같은 원자재가 상승은 업계 간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철근‧콘크리트 업계의 경우 협상을 요구하며 공사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기도 했다. 또한 철근콘크리트연합회 서울·경기·인천지부는 하도급 대금 증액 요청에 비협조적인 현장을 골라 다음달 11일부터 작업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 13일 각 건설사에 재차 발송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발주자와 원도급사, 하도급사 모두 귀책사유가 없는, 주로 ‘외부요인에 의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자재의 가격상승과 수급이슈는 건설공사에 사용되는 사실상 모든 자재에서 현재진행형”이라며 “시멘트·레미콘·마감재·철강재·경유 등 건설자재와 원자재가 급등과 인건비 상승으로 건설사와 하도급사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원자재가 상승으로 인한 갈등은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 사이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라고 관심을 받았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은 조합‧시공사간 건축비 갈등으로 지난 4월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둔촌주공은 1만2032가구의 ‘신도시급’ 규모로 재건축될 예정인데 조합과 시공사간 분쟁이 격화되면서 공정률 52% 상태에서 공사를 멈췄다. 둔촌주공은 당초 상반기 중 4786가구를 일반 분양할 예정이었으나 공사 중단으로 연내 분양까지 불투명해졌다.

이처럼 아파트 공사가 중단되거나 분양일정을 연기하는 곳이 늘면서 정부의 주택공급계획도 큰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글로벌 원자재가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건축비 상승에 따른 아파트 분양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원자재가 급등으로 건축비와 분양가 갈등 때문에 서울 수도권은 물론 전국에서 분양일정을 일단 미루고 보자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각에서는 정부 및 국가기관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주요 건설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기존 단가로는 더이상 시공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범정부 차원의 비상종합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유관부처와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 등에 제출했다.

정부는 21일 지난 2008년 이래 그대로인 자재가격 조정 항목을 교체하고, 철근과 레미콘 등 주요자재 가격이 15% 이상 상승 시 기본형 건축비를 조정하기로 했다. 최근 급격한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피해는 건설사나 조합, 하청업체 모두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자칫 위기를 키우면 경기침체를 가져와 우리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도 있다. 글로벌 위기상황을 뚫고 나갈 수 있는 새 정부의 위기관리와 정책추진 능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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