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대재해처벌법, 취지 잊어선 안돼
상태바
[기자수첩] 중대재해처벌법, 취지 잊어선 안돼
  • 김아라 기자
  • 승인 2022.06.19 14: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업부 김아라 기자.
산업부 김아라 기자.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산업계를 뜨겁게 달군 중대재해처벌법이 드디어 반년 만에 수술대에 오른다.

올해 1월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적용 대상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 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시행 전부터 유난히도 시끄러웠다. 경영계는 시행 전부터 지금까지 처벌 대상과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경영하기 어렵다고도 토로하고 있다.

실제로 사망사고가 발생해 법 위반 여부를 조사받을 때까지 작업 중단에 들어가면서 입찰 제한, 생산 차질 등 손해를 본 기업들이 상당했다. 또 법 시행 당시 처벌 1호만은 면하기 위해 안전장치를 설치하느라 작업 중단에 들어간 기업들도 있다. 협력사에 대한 안전관리비를 선지급하고 별도의 안전관리 비용을 추가 편성하는 등의 예산도 늘어나 부담이 커졌다.

법 시행 이후 노동 현장에서의 사망자 수가 줄어든 것도 아니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27일까지 50인 이상 기업에서 70건의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수사 속도도 더디다. 법 시행 4개월이 넘어서야 검찰은 ‘1호 사건’인 삼표산업의 채석장 붕괴사고에 대한 수사를 본격 착수했다.

반년 남짓 바라본 바,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이슈가 노동자의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초점이 아닌, 어떤 기업이 불명예를 안았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경영계의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완화 요구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마침내 다음 달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 경영책임자 의무 명확화를 위한 시행령 개정 등 재해예방 실효성을 제고하고, 현장의 애로 사항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전문가 TF를 운영해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마련, 처벌규정‧작업중지 등 현장과 법리적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안전 확보에 충분한 조치를 취해도 재해 발생 시 과도한 처벌로 인한 억울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모호한 법 규정이 보완돼야 하는 점은 동의한다. 다만, 법안의 본질인 ‘생명 보호, 안전 보장’이 무색해질까 우려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는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법이 아닌,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법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기업과 노동자들, 그리고 시민들에게 필요한 법안으로 남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법안을 보완하는 것에만 몰두할 것이 아닌, 기업이 현실적으로 안전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환경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담당업무 : 항공, 조선, 해운, 기계중공업, 방산, 물류, 자동차 등
좌우명 : 불가능이란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