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권자들이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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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권자들이 떠난다
  • 김정인 기자
  • 승인 2022.05.2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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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6·1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치러지는 만큼 대선의 연장선 성격이 짙다. 게다가 여야의 거물급 정치인들이 대거 등장해 유난히도 열기가 뜨겁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정치권의 고질적인 문제인 '아니면 말고'식 비방으로 유권자들의 눈살은 펴질 새가 없다. 네거티브 없는 정책 대결은 어려운걸까?

이번 선거의 최대 격전지이자 이른바 '미니 대선'이라 불리는 경기도지사 선거에선 네거티브 공방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났다.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과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 측은 김은혜 후보의 KT전무 시절 채용 청탁 의혹을 두고 맞붙었다. 김동연 후보 측은 김은혜 후보가 KT 전무로 재직할 당시 KT 직원 공채에 남편 친인척의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드러났다며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김은혜 후보 측은 허위사실공표 및 명예훼손 혐의로 김동연 후보 측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민주당 역시 김은혜 후보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맞고발 했다. 22일 김은혜 후보 캠프의 황규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좋은 공약은 얼마든지 따라해도 좋다. 하지만 그 전에 염치를 챙기는 것이 먼저고, 말뿐이 아닌 발로 뛰는 것이 먼저"라며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김동연 후보는 어설픈 말들로 면피를 하기 전에, 자신의 무능과 실패에 대해 도민 앞에 사과하라"고 했다. 

비단 경기도지사 선거뿐만 아니다. 서울시장 직을 두고도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송영길 민주당 후보 역시 부동산 정책을 두고 각자 '급조된 공약', '정권 대결'을 언급하며 공세수위를 높였다. 광역 단체장 17명, 기초 단체장 226명, 교육감 17명 그리고 광역과 기초단체의 지역의원까지 뽑아야 하는 이번 선거에서 헐뜯기 경쟁이 일어나지 않은 곳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안그래도 유권자들은 피곤하다. 투표장에 가서 △광역 시장·도지사 △기초 시장·군수·구청장 △지역구 광역 시도 의원 △지역구 기초 시·군·구 의원 △비례대표 광역시도 의원 △비례대표 기초 시·군·구 의원 그리고 △시도 교육감 등 7명을 뽑아야 한다. 심지어 보궐선거로 국회의원도 뽑아야 하는 곳에선 8명을 뽑는다. 후보자들의 면면을 알기 위해 유권자들이 해야 할 공부의 양은 태산이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고 평가된 지난 대선 기간 동안 느꼈던 피로감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점에 국민들은 또 다시 선택 앞에 놓였다. 안 그래도 머리 아픈 선거, 네거티브 공방에 환멸을 느낀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출까 겁난다. 헐뜯으려고 나온건지, 지역 사회를 위한 정책 경쟁에 나선건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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