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입주 임박 '왕릉 뷰 아파트', '물려줄 유산' 빼앗을까
상태바
[기자수첩] 입주 임박 '왕릉 뷰 아파트', '물려줄 유산' 빼앗을까
  • 최재원 기자
  • 승인 2022.05.18 13:59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재원 건설사회부 기자.
최재원 건설사회부 기자.

[매일일보 최재원 기자] 최근 건설업 관련 이슈에서 문화유산이라는 키워드로 논란이 발생했다. 바로 조선 왕릉 중 하나인 바로 김포 장릉(章陵)과 인천 계양산 사이의 검단신도시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문화재청이 고시한 ‘김포 장릉 반경 500m 안에 짓는 높이 20m 이상의 건축물은 개별 심의해야 한다’는 조항을 위반하며 계양산과 장릉 사이를 가려놓고 말았다.

문제는 김포 장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40기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계양산 사이를 가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장릉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서 지정해제 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왕릉 40기 모두가 함께 지정해제 될 수도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왕릉 40기가 ‘조선왕릉’으로 묶여 등재돼 1기만 가치를 잃어도 나머지 왕릉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 문제는 온라인을 통해 알려지며 논란이 시작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문화유산을 지키고자 문제의 아파트에 대한 철거를 요구하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으며 지난해 11월 약 21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내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검단신도시 3400여가구 규모 아파트 44동 중 19개 동의 공사를 중지하라고 명령했으나 법원이 건설사들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공사는 재개됐으며 완공을 코앞에 뒀다.

결국 검단신도시에서는 오는 6월 말 예미지트리플에듀(시공 금성백조, 공정률 94%)가 입주에 들어가며, 이후 7월 대광로제비앙(대광건영, 99%), 9월 디에트르에듀포레힐(대방건설, 77%)도 잇따라 입주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 아파트는 현재 조경 등 막바지 공사를 진행 중이며 입주를 위한 준공 승인 전 마지막 단계인 ‘사용 검사’를 인천서구청에 신청할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이들 아파트의 입주를 유보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인 인천서구청을 상대로 행정 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다만 서구청은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입주를 강제로 막을 방법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도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 입주가 이뤄진다면 아파트 철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문화유산은 무엇인가를 생각했을 때 단순히 ‘선조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맞는 말이지만 빠진 부분이 있다. 문화유산의 사전적 의미는 ‘선조로부터 받은 문화 중에서 후손들에게 물려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의미한다. 즉 문화유산은 현대의 사람들이 다시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하는 것이다. 단순히 ‘옛날부터 있던 것’의 의미가 아니다.

역사를 전공하고 기자로 활동하다 보면 문득 ‘과연 후대는 현대를 어떻게 기억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이들이 ‘부동산의 시대’로 기억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한편으로는 혹여나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문화유산의 가치마저 깎아먹은 선조들’로 기억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조교 2022-05-18 16:17:48
나무위키만 읽어봐도 이런 기사는 안쓰실텐데요 ㅠㅠ

입주민이다 2022-05-18 14:16:51
문화재청의 뒷북행정과 직무유기 책임전가 언론선동이 문제ㅋ 아무 죄없는 입주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문화재청이나 엄벌해야죠 그리고 수준 낮은 대한민국 기자들도 반성해야 함 나무위키보다 못한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