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루나의 죽음, 그 이후의 크립토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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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루나의 죽음, 그 이후의 크립토 생태계
  • 이보라 기자
  • 승인 2022.05.1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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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크립토 생태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스테이블코인뿐만 아니라 코인 가치에 대한 의문이 이어지면서 ‘크립토 윈터’ 우려도 나온다.

며칠 전 테라와 테라의 가치를 뒷받침하는 루나가 대량 매각됐다. 이에 테라가 1달러 아래로 하락(디페깅)하면서 시세가 10분의 1토막으로 하락했다. 테라는 미국 달러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으로 1테라가 1달러로 유지(페그)되도록 설계됐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치가 안정적인 코인’으로 기축통화 역할을 한다. 

루나 사태의 여진으로 코인들은 연쇄적으로 급락했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대 거래소는 루나 거래를 중단시켰다. 한국에서도 디지털자산기본법 마련 등 대책 마련에 나섰고 미국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공고한 스테이블코인을 만든다는 계획이 나왔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안정성 논란도 대두됐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테라 복구 계획을 밝혔다. 새 네트워크를 만들어 재단이 보유한 약 8700만달러(1100억원)를 테라 소액 보유자에게 보상하는 데 쓰겠다고 했으나 이미 등돌린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기는 어려웠다. 

최근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테라 코인을 ‘폰지 사기’라고 비판했다. 이전에도 테라 코인은 폰지 의혹이 제기돼 왔다. 테라를 예치하면 주는 이율 19.05%는 대출 이율보다 4배 이상 높았다. 예치는 꾸준히 늘어났으나 대출은 일어나지 않아 LFG는 자금을 투입해야만 했다. LFG는 리워드를 보완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매수했다고 밝혔다.

테라-루나 구조가 흔들리긴 했지만 대량 매도는 갑작스럽다. 루나틱의 믿음은 건재했기 때문이다. ‘거대세력의 공매도’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른 스테이블 코인과 달리 비트코인을 리저브로 사용한 데 대한 보복이라는 음모론도 제기됐다.

당초 가상화폐의 맏형격인 비트코인은 무정부주의자들이 탈중앙성을 표방하면서 나타났다. 초기에는 코인이 실제 가치가 없고 안정성도 부족하며 법정화폐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실패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화폐 취급을 받지 못하던 코인은 어느새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다. 업비트를 비롯한 코인 거래소뿐만 아니라 은행, 증권사 등 전통적인 금융사와도 손을 잡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선물 ETF(상장지수펀드)가 출시됐고 ‘디지털 골드’로 불리며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지위가 공고해졌다. 그 사이 크립토 생태계는 이더리움을 바탕으로 디파이(De-fi), NFT(대체불가토큰), DAO(탈중앙화자율조직), STO(증권형 토큰) 등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급격한 성장에는 진통이 따르는 법이다. 블룸버그는 비트코인이 변동성을 이겨내고 생존 가능한지 시험을 거치는 중이며, 현 상황이 끝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시장에서 나온다고 했다. 루나 사태는 크립토 생태계에서 일어난 성장통일 뿐이다. 웹3.0 시대에 걸맞는 크립토는 반드시 필요하다. 비트코인이 성장했듯 크립토 생태계는 이번 진통을 이겨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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