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사업 동력 '이공계 인재' 육성, 제약바이오업계와 정부가 적극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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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신사업 동력 '이공계 인재' 육성, 제약바이오업계와 정부가 적극 나서야
  • 이용 기자
  • 승인 2022.05.10 10: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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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용 기자] 중학생이었던 2000년대 초, 학교에서 ‘이공계가 짱’이라는 교육 만화책을 나눠준 적이 있었다.

주인공 ‘예지순’이 인문계와 이공계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반대와 갈등을 이겨내고 과학도로 성장하는 과정이 줄거리다.

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을 극복하고 국가 과학기술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로 제작된 도서다.

당시 학생들은 진학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고, 이미 한물간 유행어였던 ‘짱’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책 제목을 비웃었다. 결국 이공계 기피 현상은 해결되지 않았다. 이는 제약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신약개발의 중요성을 깨달은 국내 기업들은 신약 연구개발 사업에 착수 중이다. 하지만 정작 관련 인재가 부족해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약학, 한약학, 화학, 생화학, 생물 계열 등 관련 분야의 석·박사 학위자를 우대한다. 문제는 조건에 맞는 인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학과별 졸업생 현황에 따르면 2021년 화학·의료·의료공학·약학 졸업자는 전체 이공계열의 14% 정도다. 업계는 이공계 기피 현상이 10년 이상 지속된 만큼 최근에는 석·박사 학위를 가진 인재를 찾기 더욱 어려워졌다고 토로한다.

기업은 물론 심사 당국에서도 가장 수요가 높은 ‘의사’ 출신은 대학모집정원이 원래 적고, 이들 대부분은 의사로 남길 원하기 때문에 늘 인재가 부족하다.

화학 전공자의 경우 경·중공업 등 타 분야와 모집 조건이 겹쳐 인력 확보가 더욱 어려운 형국이다.

국내 대형 제약사라고 해도 삼성·LG 등과 비교하면 규모가 영세해 같은 조건이라면 대부분 대기업을 선택한다.

물론 이공계를 기피하는 이들도 할 말은 있다. 불안정한 고용 시장이 가장 큰 원인이다. 비교적 취업이 쉽고 높은 연봉이 보장되지만, 연구 성과를 내지 못하면 퇴사를 각오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도 제약바이오 산업을 주요 과제로 삼았다. 규제 완화와 각종 지원을 약속했지만, 업계에서는 근본 산업 동력인 ‘인력’을 국내에서 채용하기 힘든 실정이다.

현재 직면한 인재 부족 현상을 해결하려면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우선 기업은 이공계 전공자들에게 인턴 제도, 대학교 산학 연구 프로그램 연계 등을 통해 연구개발 업무 참여 기회를 더욱 늘려야 한다. 정부는 이들이 자유롭게 취업하고 퇴직할 수 있도록 유연한 노동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이공계가 짱’이라는 과거의 과학도서와 달리 어린이와 청소년이 공감할 수 있는 교육 콘텐츠 제작도 이공계 인재 양성에 필요한 요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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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는앙팡 2022-05-10 12:45:16
저도 이공계가짱 읽어봤어요ㅎㅎ 나이대가 비슷하신듯. 그나저나 기자님이 미남이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