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네카토’ 잡고 싶은 삼성 ‘모니모’의 무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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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네카토’ 잡고 싶은 삼성 ‘모니모’의 무리수
  • 이보라 기자
  • 승인 2022.04.21 15: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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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출범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삼성금융그룹 통합앱 ‘모니모’가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개인정보 유출사고를 비롯해 출시 이벤트에 아이폰 이용자 배제, 가입 확대를 위한 직원 동원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모니모는 지난 18일 오후부터 19일 오전 사이 삼성증권 고객 344명의 투자 정보를 타인에게 노출했다. 모니모 앱 내 개인 자산 정보를 볼 수 있는 화면에서 삼성증권의 페이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A고객의 정보가 B고객에게 보인 식이다.

출시를 기념해 진행한 선착순 이벤트에서도 잡음이 있었다. 애플 아이폰 사용자가 배제됐기 때문이다.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 앱과 달리 애플 iOS 기반 앱의 출시가 지연되고 있어 아이폰 사용자들은 아직 모니모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폰 사용자들은 이벤트 참여를 비롯한 갖가지 혜택을 누릴 수 없다.

또한 삼성 금융계열사는 모니모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해 직원들을 동원했다. 직원들에게 모니모 가입 URL을 배포하고, 적극 홍보활동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직원들에게 보상은 물론 실적에도 반영하고 있다.

모니모는 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 등 삼성 금융사들이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금융사 간 시너지를 내서 소비자들에게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었다. 기존 삼성 금융의 틀을 깨자는 뜻에서 너무 삼성스럽지 않은 모니모를 앱 이름으로 채택했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친근하고 귀여운 느낌을 주려는 의도다.

삼성의 딱딱한 이미지를 깨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나 행보까지 ‘삼성’답지 못했다. ‘네카토’로 불리는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빅테크를 따라잡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고객 선점에만 치중하느라 금융업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를 놓쳤다.

사고도 아쉽지만 대처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삼성 금융사는 사고 사실을 파악하고도 당국에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또한 삼성증권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관련 (금전)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소중한 개인 정보와 관련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매우 송구하게 생각한다”는 사과의 메시지를 게재했다. 금전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으나 개인정보 유출은 그보다도 심각한 문제다. 

금융 사고는 모니모만의 일은 아니다. 최근 들어 금융업계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함에 따라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이전보다 빈번해지는 모양새다. 전날인 20일 국민카드 앱에 로그인한 한 고객에게 타인 계정 정보가 노출됐다. 이날 밤 신한 체크카드에서도 부정결제 피해가 일어났다. 신한카드는 결제 피해액에 대해 전액 배상을 하기로 했으나 비슷한 사고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달 초에도 신한 신용카드에서 100명이 넘는 고객들이 부정결제 피해를 입었다.

디지털금융 서비스는 고객에게 빠르고 편리하게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도입 취지를 잊고 고객 확보에 급급해하느라 정작 소비자보호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미완성된 서비스를 성급하게 도입하기보다 느리더라도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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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2022-04-21 16:40:36
기자님이 미인이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