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객님의 효를 대신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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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객님의 효를 대신해 드리겠습니다”
  • 김형석 기자
  • 승인 2013.09.04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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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석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김형석 기자]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추석을 앞두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벌초다.

일부 지역에서 금초(禁草)로도 불리는 벌초는 전통적인 미풍양속으로 고향 근처에 거주하는 후손들이나 외지에 나간 후손들이 조상의 묘에 인사를 하기 전에 풀을 정리하는 행사다.

벌초는 풀의 생장이 멈추는 처서를 전후해 진행했지만 최근에는 더위가 길어져 추석 1~2주전에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벌초는 전통적으로 가정의 중요한 행사였다.

제주도는 음력 8월 초하루부터 왕래가 잦은 8촌 이내의 친족이 모두 모여 벌초를 한다. 특히 벌초를 하는 친족들은 집안의 중요 행사로 친족 공동체의 소분(掃墳)이라고 불렸다.

또한 제주도에서는 “추석 전에 소분(벌초)를 하지 않으면 조상이 덤불을 쓰고 명절 먹으로 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경기도에서도 “추석이 다가와 급하게 음력 8월에 벌초하는 사람은 자식으로 안 친다”라고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바쁜 현대인들이 늘어나서인지 벌초대행 서비스가 증가하고 있다. 이미 업계에서는 벌초 대행 가격도 5~10만원 내외로 보편화됐다.

벌초 대행 서비스가 인기를 끌자 국내 오픈마켓 대기업인 11번가도 지난 2011년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11번가는 일반 소업체가 진행하던 벌초 대행 서비스보다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해 매년 2배 이상 매출신장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11번가는 현재 “고객님의 효를 대신해 드리겠다”는 벌초 대행 서비스 홍보 문구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NH농협 경북 및 대구지역본부도 ‘산소관리 대행서비스’라는 벌초 대행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심지어 호텔들은 추석 연휴기간 가족 여행 시 호텔에서 차례 상을 차려주는 차례 대행 서비스도 실시 중이다.

전통은 시대에 맞게 변화한다. 추석도 변화했고 벌초도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어쩌면 10~20년 뒤 벌초나 추석 차례 상조차 역사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지도 모른다.

하지만 변하지 않았던 것은 가족 간의 유대와 공동체 의식이다. 차례를 지내지 않아도 벌초를 같이 하지 않아도 가족 공동체가 함께할 수 있는 올해 추석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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