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우리는 왜 취향을 타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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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우리는 왜 취향을 타협하는가?
  • 매일일보
  • 승인 2022.03.2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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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에이전시 더 트리니티 박소정 대표
아트에이전시 더 트리니티 박소정 대표

통상 아트 페어가 끝나면 몇 명의 관람객이 몰렸고 매출액은 전년 대비 어느 정도였는지 등 성적표가 공개된다. 그런 점에서 올해 첫 아트페어인 2022 화랑미술제는 대흥행이었다.

화랑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서울 삼성동 세텍에서 개막해 5일간 열린 '2022 화랑미술제' 관람객은 지난해보다 5000명 늘어난 5만3000명에 달했고, 매출액은 지난해 72억 원에서 177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개막 첫날 하루 5시간 동안 3850명의 관람객이 몰리고 45억 원 가량의 작품 구매가 이뤄졌다니 그 열기를 짐작할 수 있다.

아트 페어 성적표는 관람객 규모와 매출액이 전부는 아니다. 이에 더해 어떤 셀럽이 얼마나 다녀갔는지도 중요한 항목이다. BTS RM도 찾았다거나 셀럽 누구누구가 방문했다는 식의 이야기가 회자되며 아트 페어가 더욱 주목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화랑미술제에는 이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전시 부스가 있었다. 작품 대신 ‘셀럽 출입금지 애호가는 환영’이라는 문구를 내건 전시부스였다.

이 전시부스는 한 갤러리 기획자의 작품이다. 그는 ‘셀럽 출입금지 애호가는 환영’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그 아래 일종의 여론조사 방식으로 관람객에게 질문을 던졌다. △전시를 찾아가거나 작품을 구매할 때 셀럽들의 선택에 영향을 받은 적이 (있다/없다) △셀럽들은 우리들보다 더 좋은 취향과 미술사적 지식을 가지고 (있다/없다) △우리는 셀럽들의 취향을 알게/모르게 권유받고/따르고 (있다/없다) 등 양자택일형 질문이 있는가 하면 △우리는 왜 우리의 취향을 타협하느냐고 묻는 주관식 문제도 있다.

양자택일형 질문에 답하다보면 셀럽들의 선택에 자신의 본래 취향과 다른 취향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성찰로 이어진다. ‘우리는 왜 우리의 취향을 타협하는가’라는 질문에 담긴 기획자의 의도다.

혹시 기억하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전설적인 디자이너 이브생로랑의 전기를 다룬 영화 오프닝에는 이브생로랑의 연인 피에르베르제의 독백이 나온다. ‘취향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타고나는 것’이라는 독백이다. 이 독백처럼 천재적인 디자이너 또는 아티스트의 취향은 타고나는 게 자연스러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반인들도 과연 그럴까.

독특한 전시부스를 선보인 기획자가 관람객들의 답변에서 얻어낸 결론은 아마 셀럽들의 선택에 따라 우리들은 우리의 취향을 타협하고 있다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바꿔보자. 우리는 스스로가 주도적으로 취향을 선택하기에 충분한 환경 속에 살고 있다. 남이 아닌 나의 취향을 들여다보자. 이것이 아트 컬렉팅의 핵심, 컬렉팅 입문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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