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 나로호 실패를 왜 겸허하게 인정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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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부, 나로호 실패를 왜 겸허하게 인정안할까?
  • 최봉석 기자
  • 승인 2009.08.26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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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항공우주연구원)
[매일일보=최봉석 기자] 우리나라 첫 위성발사체인 나로호가 25일 기본적인 이륙에는 성공했지만 가장 중요한 정상궤도 진입에 실패, '발사의 성공과 실패'를 놓고 우스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나로호 발사 직후 전남 고흥군 봉래면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나로호는 오늘 오후 5시 발사 후 1단 엔진과 2단 킥모드는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위성이 정상적으로 분리됐으나 목표 궤도에 정확히 올려 보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교과부와 항우연은 나로호가 우주궤도에 도달하는 것은 분명히 성공했지만 탑재했던 과학기술위성 2호를 본궤도에 올리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며 '부분 성공'이라는 나름대로의 이론을 내놓고 있다.

또한 발사체를 처음 쏘아올린 국가들의 발사 성공률이 27%에 불과하다는 60~70년대 자료를 강조하며 비록 '부분적 성공'이지만 경제적 손실보다는 국내외적으로 향후 대한민국의 우주개발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장밋빛 청사진까지 내놓고 있다.

하지만 우주개발이라는 대업을 위해서 현 정부가 너무나 신중하지 못하는 지적이 높다.

일단 나로호 발사의 궁극적인 목표가 내부에 탑재된 과학기술위성 2호를 정상궤도에 올려 과학 임무를 수행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관련 전문가들은 '성공이 아닌 실패'라는 데 큰 의견이 없다.

실제로 나로호에 탑재된 과학기술위성 2호에 대한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와의 교신은 끝내 이뤄지지 못한 상태.

KAIST 인공위성센터 등에 따르면 정상궤도를 벗어난 과학기술위성 2호에 대한 궤도 등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해 이날 오전 4시30분 전후로 예정됐던 첫 번째 교신이 무산됐다.

나로우주센터는 궤도가 안정화되는 시점인 2~3일이 지난 후 북미 대공 방위 사령부를 통해 재추적에 나선다는 방침을 천명하며 여전히 '희망'을 갖고 있지만, 과학기술위성 2호는 우주 미아가 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물론 '기적이 발생(우주과학은 기적의 산물이 아니지만서도)', 위성과 교신이 이뤄진다면 나로호 발사는 가까스로나마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고, 이 경우 정부 측 주장대로 세계에서 열 번째 '우주 클럽'에 가입하게 되는 성과를 거두는 셈이지만 반대로 제 궤도에서 벗어난 위성을 찾지 못해 끝내 교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100% "발사 실패"로 해석할 수 있다.

한 과학 전문가는 "나로호 발사의 궁극적인 목표가 과학기술위성 2호를 정상궤도에 올려 지구 복사에너지와 별위치 측정, 지구 온난화 여부 체크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성공보다 실패로 보는게 맞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이처럼 "발사 실패"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과 일부 언론은 끝까지 발사 성공을 강조하며 '부분적 성공'이라는 낙관적 해석을 내놓고 있는데 그렇다면 도대체 그 이유는 뭘까?

성공이면 성공이고, 실패면 실패이지, '부분적'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시민들도 내놓고 있다.

결국 교과부와 항우연이 실패보다는 성공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분위기는 그 목적이 다른데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 30대 시민은 “절반의 성공이란 말이 어디있나? 모든 언론이 이구동성으로 절반은 성공했다고 한다”면서 “세계가 웃는다. 말인즉슨, 발사 때는 실패 안하고 잘 올라 갔으나 궤도 진입에는 실패 했으니 발사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홍보하는 것이다. 그들 말대로 라면, 1단계 로켓은 러시아가 만든 것이니 러시아 발사체는 성공했고, 2단계 로켓 분리가 34Km 더 올라가서 분리하여 궤도 진입에 실패한 것이니 한국이 만든 2단계 로켓은 실패한 것이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 시민은 이어 “또 과학 기술 위성 자체는 추진체나 기관이 없어  지에서 리모콘으로 궤도 수정 작업이 불과한 것이라면 솔직하게 우주 미아로 실종된 것이라 발표해야 한다”면서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실패는 얼마든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진실과 사실을 국민에게 꼼수로 가리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직장인 김모(40)씨도 “정부가 주장하는 절반의 성공이란 바로 지난 7년여의 노력이 담긴 것이고 절반의 실패라 마무리를 못해서 일어난 일이다”면서 “한마디로 현 정부가 국면 전환 좀 하려고 서두르다 그르쳤다고 봐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가 러시아와의 계약에 따라 이번 나로호 발사가 '성공이냐 실패냐'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우주발사체 시험 발사기회가 더 주어지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결정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의 낙관적 전망'은 그 심각성이 더하다는 지적이다.

쉽게 말해 나로호는 한국과 러시아와의 계약에 따라 발사에서 실패할 경우 러시아 측의 도움을 받아 추가 발사가 가능하지만, 우리 정부가 막무가내식으로 성공이라고 우길 경우, 그 기회가 박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이미 자신들은 발사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을 내놨고 책임을 우리쪽으로 돌리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항공우주전문가는 "우주로 쏘아 올린 발사체가 정상궤도를 찾지 못하고 임무를 하지 못한다면 부분실패도 실패로 보는게 타당하다"며 "실패를 겸허하게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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