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現代’라는 이름으로
상태바
[기자수첩] ‘現代’라는 이름으로
  • 전수영 기자
  • 승인 2013.08.30 1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전수영 산업부 차장
[매일일보] 올해는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10주기이다. 또한 ‘왕회장’이라 불린 고(故) 정주영 회장의 12주기이기도 하다.

현대그룹은 정 전 회장의 10주기를 맞아 사진전을 열고 그를 추모했다.

정 전 회장의 추모행사에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과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참석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았다.

이른바 ‘왕자의 난’ 이후 사이가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형제간에도 모른 척하는 사이가 됐지만 그 시간이 벌써 10년이 지났음에도 데면데면 하는 것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왕회장이 생존해 있을 때만 해도 현대그룹은 똘똘 뭉쳐 앞만 보고 전진하는 그런 모양새였다. 삼각형 두 개로 이뤄진 현대의 기업이미지(CI)를 그대로 쓰는 곳은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뿐이다.

현대자동차·현대백화점·현대화재는 모두 다른 CI를 쓰고 있다.

물론 이전부터 다른 CI를 써온 것도 있지만 CI가 통일되지 않으면서 기업명에 ‘현대’라는 단어가 붙어도 이제는 서로 다른 기업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10년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을 놓고 물러섬 없는 경쟁을 벌였다. 현대차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현대그룹의 인수 대금 지급 가능성을 제기하며 인수전은 급물살을 탔다가 결국 현대차로 넘어갔다.

올해에는 현대상선의 우선주 발행 한도 확대 등 정관 변경안과 이사 보수 한도를 놓고 현대중공업과 현대그룹이 대립을 보였다. 결과는 현대그룹이 이겼지만 많은 이들은 형수와 시동생의 싸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가(一家)이지만 사업을 놓고서는 그냥 ‘경쟁자’일 뿐이었다.

사업을 놓고 벌이는 현대 일가의 대립이 끝나면 ‘승자는 누구’, ‘패자는 누구’가 아닌 가족 간의 싸움으로만 보일 뿐이다.

결국 이들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서는 모멘텀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모멘텀이 찾아왔다.

바로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 소식이다.

금강산 관광은 고 정주영 회장이 일궈놓은 사업으로 정부도 하기 힘들었던 일을 개인이 해냄으로써 ‘현대그룹’은 단숨에 남북 대화의 물꼬를 터놓은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한동안 막혀 있던 남북관계가 이번 이산가족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를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는 만큼 현대그룹 일가도 그동안의 갈등을 접고 가족애를 보인다면 ‘현대’라는 이름은 또 한번 경제계에 빛나는 이름을 새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