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예비·음모’, 구체성·목적성 입증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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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예비·음모’, 구체성·목적성 입증이 핵심
  • 김경탁 기자
  • 승인 2013.08.2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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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전문가들 “혐의 적용에 신중한 접근 필요”
▲ 국정원이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에 대해 내란음모죄로 압수수색을 실시한 가운데 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보연대, 한대련, 통진당 등 20여개 진보적 시민사회단체 회원들 주최로 열린 '국정원 내란음모 조작·공안탄압 대책위 발족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위기탈출 마녀사냥 중단하라!" 문구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매일일보] 국가정보원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등 진보인사 10여명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적용한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형법 전문가들은 “형법상 최고 범죄이고 최근 30여년 동안 적용된 적이 없는 죄목인만큼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며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행 형법 제2편 각칙 제1장 ‘내란의 죄’의 세부조항을 보면 ‘내란’이란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하는 행위를 의미하며 이 내란을 위한 ‘예비·음모·선동·선전’ 행위에 대해서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유기금고에 처하고 있다.

특히 형법 28조에 “범죄의 음모 또는 예비행위가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아니한 때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고 했고, 헌법 제84조에 대통령의 재직중 형사소추 면제 대상에서 ‘내란’을 제외한 것을 감안하면 이 ‘내란’ 죄의 엄중함을 알 수 있다.

국정원 등을 통해 현재까지 알려진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혐의 사실은 지난 5월 서울 마포두 합정동 모처에서 130여명이 모인 가운데 경찰서, 지구대, 무기저장소 등 국가기간시설 타격을 모의했다는 것이다.

형법이론상 ‘예비’는 범행도구 준비와 장소 물색 및 답사 등 물적 준비를, ‘음모’는 도모할 공범을 찾거나 모으는 인적 준비를 의미하는데, 국정원은 “유사시에 대비해 총기를 준비하라”는 등의 녹취를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이 증거가 유죄 입증이 가능한 수준인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인권 전문가이며 한때 ‘강철서신’이라는 필명과 함께 주체사상의 대부로 알려졌던 김영환씨는 “그쪽 계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보통 이보다 더 낮은 수위의 얘기도 3∼4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하지 않는다”며 국정원이 제시한 내란 혐의에 대해 “운동권 상식으로는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 최호진 단국대 법대 교수는 “친구와 농담 삼아 ‘한탕 하자’고 한 것도 음모로 볼 수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이 없다면 단순 농담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며 “범행 대상지도나 실행계획서와 같은 물증을 확보해 목적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호진 교수는 “내란죄, 내란음모죄가 적용되려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이 의원이 단순히 ‘총기를 준비하라’고 말했다는 것만으로는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특히 “내란은 국토를 참절, 국헌을 문란한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는 것인데 형법이론과 판례에 따라 폭동이란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을 뜻한다”며 “예를 들자면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도의 규모를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변광호법률사무소 변광호 변호사도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고 해서 혐의가 입증된 것은 아니”라며, “단순히 ‘무기고를 탈취하라’는 발언 내용을 두고 국정원이 ‘국헌을 문란하려는 의도’로 해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정원의 압수수색이 시작된 28일 행방이 묘연했던 이석기 의원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의원단 연석회의에 참석해 “저에 대한 혐의내용은 전체가 날조”라면서 혐의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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