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음주문화… 가정용 주류판매 ‘웃고’ 숙취해소제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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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꾼 음주문화… 가정용 주류판매 ‘웃고’ 숙취해소제 ‘울상’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2.02.20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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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홈술족’ 증가에…판매율 희비 교차
주류‧숙취해소제, 거리두기 지표로 떠올라
편의점 매대에 진열된 숙취해소제. 사진=김민주 기자
편의점 매대에 진열된 숙취해소제. 사진=김민주 기자

[매일일보 김민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가정용주류와 숙취해소제 업계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가 지속하면서 주류 매출은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숙취해소제 매출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에서 혼자 음주를 즐기는 ‘홈술’ 트렌드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숙취해소제가 가장 활발히 판매되는 편의점 집계치를 살펴보면 그 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GS25‧CU‧세븐일레븐 등 국내 편의점 빅3의 매출 증감율을 종합하면, 편의점 숙취해소제 2019년 판매율은 전년 대비 15.7% 성장했다. 그러나 코로나가 발발한 2020년 -11.3%를 기록하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는 -16.8%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소주‧맥주‧와인 등 주류 판매는 호황을 이뤘다. 2019년 편의점 주류 판매율은 전년 대비 21.2% 늘며 숙취해소제와 비슷한 수준의 성장세를 보이다 다음해부턴 격차를 벌렸다. 2020년엔 26.2%를 돌파했으며, 지난해 65.6%까지 늘었다.

서울 영등포 여의도에서 편의점 가맹업을 운영하는 점주 A씨는 “숙취해소제는 요즘 같은 연말연초가 극성수기인데도 거의 팔리지 않는다”며 “예전엔 포스기 앞에 진열해 두면 하루만에 동이 나거나 한 박스를 통째로 사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 사태 이전, 국내 숙취해소제 시장은 연평균 10%씩 꾸준히 성장해왔다. 1992년 100억원 규모로 시작해 2019년 2500억원대 규모로 치솟았다.

HK이노엔(이전 사명 ‘CJ헬스케어’)의 대표 숙취드링크 상품 ‘컨디션’ 판매 증감율은 현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컨디션은 국내 숙취해소제 1위 상품이다. 1992년 첫 선을 보인 후, 한번도 시장점유율이 40%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컨디션은 홈술족의 증가로 더 이상 맥을 못추고 있다. 2019년 3분기 컨디션 음료‧환 제품 종합 매출액은 247억2700만원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 비 48.6% 감소한 수치로, 반토막 난 셈이다.

컨디션과 함께 알코올 분해 및 이뇨작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인기를 끈 ‘HK헛개수’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헛개수의 매출액은 23.7% 줄어든 100억2300만원을 기록했다.

이런 영향으로 HK이노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2.2% 감소한 503억원에 미쳤다.

일각에선 숙취해소제 판매율이 사회적거리두기 영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표라는 말도 나온다.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이 시행됐던 지난해 11월 한 달간 숙취해소음료 매출은 큰 폭으로 늘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해당 기간동안 숙취해소제품 매출은 전 달 대비 28.4% 늘었다. 반면 위드코로나가 중단된 바로 다음달인 12월엔 곧바로 6.9% 감소했다.

거리두기가 강화되면 유동 인구가 줄어 가정용 주류 등 ‘집콕’ 상품이 늘고,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반대로 단체 모임 자리가 활발해지며 관련 제품의 매출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숙취해소제 판매량은 코로나 사태 이전과 비교했을 때 반토막이 났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주로 회식자리에 참석하는 직장인들한테 인기를 끌었던 품목인지라 단체 술자리가 불가능한 요즘엔 판매가 부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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