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보다 가계에 더 큰 이자부담…한은도 불균형 확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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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보다 가계에 더 큰 이자부담…한은도 불균형 확대 우려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2.02.1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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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대출 금리 오름폭 가계대출 금리 절반도 못 미쳐
한은 "기업부문에 필요이상 자금 유입…리스크 우려"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의 금리 불균형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의 금리 불균형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한국은행이 반 년 간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상하고 금융당국은 대출규제를 앞세워 전방위로 돈줄 죄기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그 효과가가계대출에만 집중되고 있다.

대출 옥죄기에도 불구하고 기업대출은 상대적으로 느슨해졌고, 기업대출 금리도 기준금리 인상 폭보다 적게 올라서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전보다 낮다. 금리가 불균형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기업들은 대출을 통해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몰리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업과 가계 간 대출 차별화가 예상치 못한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한은이 작년 8월, 11월에 이어 올해 1월까지 반 년 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렸지만 가계과 기업대출 금리는 전혀 다르게 반응했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의 가중평균 대출 금리는 작년 12월 3.66%(신규취급액 기준)로 대출 금리가 가장 낮았던 2020년 8월(2.55%)과 비교해 1.11%포인트나 급등했다. 기준금리가 1.50%였던 2018년 8월(3.66%)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고였다.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5.12%로 이 기간 무려 2.26%포인트 올랐다. 11월엔 5.16%까지 올랐는데 이는 2014년 9월(5.29%) 이후 7년 3개월 래 최고였다. 당시 기준금리가 2.50%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가계 신용대출 금리는 기준금리 2.50% 수준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기업대출 금리는 작년 말 3.14%로 대출 금리가 가장 낮았던 2020년 8월(2.68%)에 비해 0.46%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기준금리 인상 폭보다 덜 오른 것이다. 금리도 팬데믹 이전인 2020년 2월(3.19%)보다도 낮다.

기준금리 인상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데 가계와 기업 대출금리엔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대출 금리의 지표금리는 물론 가산금리에서도 차이가 났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가계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작년 말 은행별 평균 5.21%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0.50%,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렸던 2020년 5월 당시(4.16%)보다 1.05%포인트 높았다. 대출금리를 뜯어보면 지표금리는 0.46%포인트 올랐고 가산금리(우대금리 차감)는 0.58%포인트 올랐다. 반면 중소기업 신용대출 금리는 4.41%(2021년 10~12월)로 같은 기간 0.50%포인트 올랐는데 지표금리는 0.16%포인트 올랐고, 가산금리는 0.34%포인트 상승했다. 지표와 가산금리 모두 가계대출이 상승폭이 더 컸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가 은행채 5년물을 지표금리로 하는 등 장기금리에 연동되는 비중이 큰 반면 기업대출은 운전자금은 만기가 1년 미만이고 시설자금은 길어도 주담대보다는 짧아 주로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 91일물, 은행채 3개월물·6개월물 등 단기 금리에 연동돼 있는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채 3개월물 금리도 작년 말 1.426%로 올라 2020년 8월 사상 최저 수준(0.555%)에 비해 0.871%포인트 상승해 기업 대출금리 상승폭보다 높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탓에 은행이 기업대출로 영업을 확대하면서 가산금리 상승폭을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하는 부분도 영향을 주고 있다.

기업대출 규제가 느슨하고 대출 금리 또한 덜 오른 탓에 가계보다 기업대출 증가 폭이 더 커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신용은 작년 9월 말 1844조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63조1000억원(9.7%) 증가한 반면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 대출금은 1530조7000억원으로 164조7000억원(12.1%) 늘어났다. 기업이 대출을 늘려 미래를 위한 투자에 사용했다면 경제적으로도 긍정적이지만 상당 부분이 상업용 부동산으로 흘러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업의 시설자금 대출액은 9월 말 207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0조원 늘어 사상 최대 증가액을 보였다. 전분기로도 9조4000억원 늘어나 역시 역대 최대치였다. 이는 부동산 개발·공급 등 부동산업만 따진 것이라 여타 업종의 상업용 부동산 투자까지 고려하면 그 액수는 더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실제 작년 3분기 상업용 부동산 거래규모는 10만건(수도권 7만건, 비수도권 3만건)으로 2018년 1분기(10만2000건) 이후 최대였다.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자본수익률도 오피스 1.05%, 상가 0.92%로, 1년 전보다 각각 0.6%포인트, 0.5%포인트 상승하는 등 우상향 흐름을 타고 있다.

문제는 상업용 부동산의 임대가격지수는 2020년 상반기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특히 상가의 경우 공실률이 3분기 13.3%로 7개 분기 연속 상승하고 있어 오히려 상업용 부동산의 내재가치는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유동성에 의해 부동산 가격은 되레 상승세다.

금통위 회의에서도 이런 문제가 지적됐다. 한 금통위원은 1월 금통위에서 “작년 금융기관들은 가계보다 기업에 더 많은 대출을 공급했는데 이 중 상당 규모가 상업용 부동산시장에 유입됐다”며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취약 중소기업이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상황에서 기업부문에 필요 이상으로 많은 자금이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업엔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면서 가계에 이자 부담을 지우는 것은 기업, 가계 간 불균형을 확대시키고 예기치 못한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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