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빌릴 곳이 없다" 대부업체마저 담보貸 신용貸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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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빌릴 곳이 없다" 대부업체마저 담보貸 신용貸 추월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2.02.10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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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금리 인하·대출 규제에…저신용자 자금난 심화
문턱 높이는 저축銀·대부업...불법사금융 확대 우려
대출규제와 최고금리 인하 여파로 2금융권은 물론 대부업마저 대출문턱을 높이며 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거란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서울 명동 거리 불법사금융 전단지가 부착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출규제와 최고금리 인하 여파로 2금융권은 물론 대부업마저 대출문턱을 높이며 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거란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서울 명동 거리 불법사금융 전단지가 부착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넘어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가계대출 총량규제 강화로 제도권 금융사로부터 돈 빌리기가 어려워져서다. 

최근엔 합법적 대출의 최후 보루로 여겨진 대부업조차 신용대출보다 담보대출을 선호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저신용자 신용대출 취급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가계신용대출 규모가 3억원 이상인 저축은행 40곳 중 12곳이 신용점수 600점 이하 저신용자에게 신용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신용 대출비중이 1% 미만인 저축은행도 11곳으로 집계됐다.

신용정보원이 최근 보고서를 발표한 것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경우 신용대출의 절대수가 중신용자(76%), 저신용자(21%)에 분포하고 있다고 있다. 또한 저축은행 신용대출 차주 10명 중 6명 이상이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보유한 다중채무자이며 이들 비중은 2018년 60%, 2019년 63%, 2020년 65%, 2021년 66%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SBI저축은행의 경우 신용대출 상품 '직장인 대출' 취급액 중 NICE 기준 신용점수 600점 미만 저신용자 비중은 지난해 12월 기준 0.31%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달 1.33%보다 1%포인트 넘게 줄어든 수치다. OK저축은행 '마이너스OK론'도 같은 기간 저신용자 취급 비중이 2%포인트 넘게 줄면서 0.99%에 그쳤다.

최고금리 인하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인하된 데 이어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도입된 영향도 있다. 금융사는 통상 차주의 상환능력에 따른 위험도를 산출하고, 대출 상품을 취급한다. 상환능력이 좋으면 비교적 낮은 금리로, 상환능력이 나쁘면 보다 높은 금리로 대출을 주는 식이다.

그러나 올 초부터 정부의 개입으로 금융사가 취급할 수 있는 대출의 금리 상한과 공급량 자체가 줄었다. 때문에 상환능력이 낮은 차주에게 제공할 대출 영역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말부터 은행권에 대한 고강도 대출 규제로 고신용자들이 2금융권으로 몰려드는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도 저신용자 대상 대출 규모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재원 조달을 위한 비용 자체는 계속해서 오르는데, 최고금리 인하 조치와 대출 총량규제로 금리 조정폭과 공급량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2금융권의 저신용자 대상 대출 규모가 더 위축될거라는게 더 문제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하향 조정한 상태다. 

저축은행에 대한 가계대출 총량규제는 지난해 21.1%에서 올해 10~15% 수준으로 강화됐다. 카드론 또한 올해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포함되는 새로운 규제를 적용받는다. 카드사 가계대출 총량도 전년 대비 6~7% 이상 늘지 못하도록 제한된 상황이다.

특히 합법적 대출의 최후 보루로 여겨져온 대부업마저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조치의 영향으로 고금리 대출 영업이 어려워지자, 신용대출 대신 담보대출 비중을 늘렸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대부업계 대출잔액은 14조5141억원을 기록했는데 그중 담보대출이 51.9%, 신용대출이 48.1%를 차지했다. 담보대출이 신용대출 비중을 넘어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저신용자 중에서도 부동산이나 자동차 등 담보가 있는 대상에게 대출을 취급하는 양상이 늘고 있단 의미다.

이로 인해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에 등록하지 않은 불법 사금융 업체가 차주들로부터 받는 평균 이자율은 연 50%에 이른 상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미등록 불법 사금융 업체의 평균 이자율은 연 46.4%로 집계됐다. 이는 법으로 규정된 금리 상한선 연 20%의 두 배를 넘어서는 수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이뤄진 법적 최고금리 인하 조치와 대출 총량규제로 금융사별 역할이 불분명해지는 등 시장 내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제도권 금융사의 저신용자 대출 취급 규모 축소, 더 나아가 저신용자의 사금융 유입 등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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