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대재해처벌법, '빛 좋은 개살구' 안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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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대재해처벌법, '빛 좋은 개살구' 안되려면
  • 김아라 기자
  • 승인 2022.02.0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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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김아라 기자
김아라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안전 예방을 강조한 법 취지가 무색하게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2주도 안돼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연일 시끄럽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토사가 붕괴되는 사고로 근로자 3명이 사망했다. 이어 지난 8일에는 판교 제2테크노벨리 업무 연구시설 신축 공사현장에서 승강기 설치 작업 중 노동자 2명이 추락해 숨졌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즉각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적용 대상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 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진 배경은 일명 김용균법이라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이 이루어졌지만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38명이 사망한 2020년 4월 이천 물류센터 공사장 화재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여론이 확산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특히 최근 발생한 광주 아파트 사고는 처벌법 시행의 당위성을 더욱 확고히 하게 했다.

이에 기업들은 매일 긴장 속에서 안전 전담 부서를 만들고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 등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경영책임자에게 처벌이 세기 때문이다.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지키지 않아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법인 50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모호한 법 규정이 보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법에서 명시한 경영책임자 개념과 범위가 불명확하고, 재해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보완 입법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모호한 규정을 명확히 하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는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법이 아닌,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법이기 때문이다.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해 법 적용의 사각지대도 최소화해야 한다. 규모가 영세해 사업주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제대로 구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5인 미만 사업장’이 그 예다. 중대재해법 단속을 피하고자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꼼수를 부리려는 기업들이 생기고 있다. 또한, 대기업을 중심으로 로펌 등을 통해 경영자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한 묘수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기업들은 경영자의 안전을 중시하는 마인드가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 있는 길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단지 처벌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응책을 마련하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법의 빈틈을 없애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하는 것도 정부의 몫임을 잊어선 안된다.

담당업무 : 항공, 조선, 해운, 기계중공업, 방산, 물류, 자동차 등
좌우명 : 불가능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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