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LG그룹 재계 2위로 이끈 구광모 대표 ‘실용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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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LG그룹 재계 2위로 이끈 구광모 대표 ‘실용주의’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2.01.26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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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래 산업부 기자.
이상래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LG그룹이 재계 2위로 올라선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에 힘입어 LG그룹 시가총액 200조원 돌파가 유력하기 때문이다. 4년 전인 2018년 LG그룹은 시가총액은 10조원대였다. 4년 만에 시가총액을 2배로 불린 것. 2018년 취임해 LG그룹 고속성장을 이끈 구광모 대표의 리더십이 주목되는 이유다.

구 대표의 경영 키워드를 꼽자면 ‘실용주의’다. 불필요한 체면, 비효율적인 관행 등을 빼고 실질적으로 회사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일에만 집중하는 경영 스타일이다.

구 대표가 LG그룹 회장 취임 후 자신을 ‘대표’로 불러달라고 한 일화는 ‘실용주의’를 잘 보여준다. 그룹 회장이라는 직책에서 나오는 무게감을 버리고 구성원들과 격식 없는 소통에 방점을 둔 것이다. 체면보다는 실리인 것이다.

LG전자의 ‘계륵’과 같은 휴대폰 사업부를 과감히 철수한 것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LG전자는 과거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손실이 누적되는 휴대폰 사업을 버텼다. 하지만 구 대표는 글로벌 전자기업으로서의 체면보다는 실리를 택했다. 휴대폰 사업을 접고 미래의 전장사업에 눈을 돌린 것이다. 구 대표 결단으로 LG전자의 사업포트폴리오는 수익성과 성장성 모두를 갖추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의 성공적인 상장 과정에도 구 대표의 실용주의가 녹아 있다. 구 대표는 지난해 10월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를 전격 교체했다. 한 달 남은 정기인사를 기다리지 않고 원포인트로 CEO 교체를 단행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직후 시총 2위 기업으로 올라갈 전망이 나올 만큼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과거의 정치권 ‘관행’도 개의치 않는 구 대표의 경영 행보도 ‘실용주의’의 일환으로 읽힌다. 정부 관료나 정치인들이 참여하는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전’이다. 과거 정치부 기자 시절 정치인들에게 행사 참여를 요청하면 다른 참석자들의 직위, 소위 ‘급’부터 질문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보통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행사일 경우 기업 총수가 가는 것이 일종의 관례, 관행처럼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구 대표는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북 구미시 LG화학 양극재 공장 착공식에 참석했지만 구 대표는 가지 않았다. 임기 말이라고는 하지만 문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그러한 정치권의 ‘관행’과 다른 구 대표의 경영 행보는 신선했다. 사실 처음도 아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배터리셀 합작공장 착공식에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참석했을 때도 총수가 모습을 드러낸 합작사와 달리 구 대표는 나타나지 않았다.

구 대표의 이러한 ‘실용주의’ 경영으로 LG그룹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재계 2위를 앞두고 있다. 보여주기식의 체면치레를 거부하고 관행을 뛰어넘는 구 대표의 실용주의 경영이 재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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