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생도 기강 대책…“3금 강화 시대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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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 생도 기강 대책…“3금 강화 시대역행”
  • 한승진 기자
  • 승인 2013.08.2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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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안 미봉책…인성·자질대책 부족 지적

[매일일보] 최근 잇따라 불거져 나오고 있는 생도들의 일탈행위를 막기 위해 육군사관학교가 26일 발표한 ‘육사 제도·문화 혁신’ 대책을 놓고 생도의 인성과 자질을 함양하기 위한 근본적 처방은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육사는 혁신 대책으로 정원 20%를 적성우수자로 선발하고, 3금(금혼·금연·금주) 제도를 강화하되 이성 간 교제를 선별적으로 허용하는 행동지침 등을 내놓았지만 성폭행 사건 등 최근 잇따른 생도 일탈행위에 대한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한 진단이 빠졌다는 지적이다.

제대로 된 진단이 없는 상태에서 처방이 나왔기 때문에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거둬들일 만한 대책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와 함께 일각에서는 육사의 잇단 불미스러운 사건은 예견되어 있었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우선 육사의 태생부터가 군정 시절 정치군인들의 엘리트등용문에서 시작됐다는 한계점이 거론된다. ‘육사 입학=출세 보장’이란 낡은 사고가 여전히 교육이념과 학교문화에 남아있다보니 생도 시절부터 그릇된 엘리트주의에 빠지게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특히 육사의 교훈은 지(智)·인(仁)·용(勇) 세 글자로, 사리를 분별하고 어진 감성과 신의를 바탕으로 어떠한 위험에서도 옳은 일을 실천한다는 의미지만 성적순으로 생도를 선발하다 보니 외국어고·특목고 학생들의 선발 비중이 해마다 급증했다.

인성과 자질이 있는 예비 장교를 선발하기보다는 성적순으로 기계적으로 뽑는 데 치우치고 있는 실정이어서 ‘육사 생도들이 머리는 좋지만, 인성과 자질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려고 육사가 내놓은 ‘정원 20% 적성우수자’ 선발 대책은 그간 교과부에서 사관학교에 꾸준하게 요구해온 것이다. 전국 4년제 대학 대부분이 적성우수자 등 ‘끼’를 갖춘 인재를 뽑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고 또 사회가 그런 사람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육사가 3금 제도를 강화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시대 흐름을 잘 읽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분방한 신세대들에게 갑작스러운 억압과 압박의 교육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이다.

금혼을 요구하는 공군사관학교의 경우 생도간 결혼은 불가하지만 4학년 2학기에 한 해 결혼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즉 보호자의 지병, 상대방의 유학, 가족의 이민 등의 사유가 있으면 생도대장의 승인을 받아 혼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육사에 입한 후 정체성을 확립하는 교육대책이 미흡하다는 비판도 있다. 교내에서 사복을 입고 자유분방한 생활을 해온 생도 처지에서는 일반 대학생활과 착각할 수도 있는 만큼 육사는 현 ‘군사학사’ 중심의 교과체계를 재편, 생도들의 자율적 학습 동기 부여와 학습 자율권 선택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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