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화정아이파크는 왜 ‘공든 탑(積功之塔)’이 되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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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화정아이파크는 왜 ‘공든 탑(積功之塔)’이 되지 못했나
  • 최지혜 기자
  • 승인 2022.01.1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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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최지혜 기자] 막내 돼지의 벽돌집은 강풍에도 무너지지 않았다.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는 세 시공자가 건축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저렴한 자재로 서둘러 집을 완성한 첫째와 둘째의 집은 쉽게 무너졌다. 삼형제 중 가장 오랜 기간을 들이고 튼튼한 자재를 사용한 셋째는 안전한 집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는 바로 ‘공든 탑이 무너지랴(적공지탑기훼호)’라는 속담이 시사하는 바다.

막내 돼지의 벽돌집과 지난 11일 외벽이 무너진 화정아이파크의 차이점을 보자. 우선 벽돌집은 시공자가 실거주자지만 화정아이파크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입주예정자를 위해 지은 집이다. 화정아이파크는 현대산업개발의 사옥도 아니었으며 경영진이 직접 거주할 집도 아니었다. 둘째, 막내 돼지는 벽돌집 건축에 충분한 공사 기간을 들였으나 현대산업개발은 화정아이파크의 공기를 앞당기려 갖은 수단을 동원했다. 직접 사용할 건축물이 아니기 때문에 자원을 아껴가며 최대 수익성을 고려해 건물을 지은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는 부실시공의 중심에 공기압박이 있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건설 인력과 장비‧설비 등을 운용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1일 단위로 산정하더라도 천문학이기 때문에 충분한 공기를 들이는 것은 건설사가 결정할 수 있는 최대의 투자다. 건설 원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기의 단축은 모든 건설사가 다양한 기술 개발을 통해 노력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동시에 적절한 공기는 건축물의 완성도를 보장하는 바로미터다. 그러나 현대산업개발이 제시한 자료를 보면 시공사는 38층 타설을 진행하고 이튿날 바로 무거운 철근을 올려 아직 마르지 않은 콘크리트에 하중을 가했다. 건축 공기를 줄이기 위해 부적절한 방법을 동원한 것이다. 현장에서 5일에 1개층씩 올렸다는 인근 주민과 직원의 증언도 나온다. 현장 작업자가 식당 등에서 마주친 주민들에게 부실 시공을 알려 관할 지자체에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공정 과정에서 안전을 위한 자재도 충분히 사용되지 않았다. 건축물에 신규 층을 올릴 때에는 기존 3개 층에 지지대를 설치하고 거푸집만 털어낸다. 털어낸 거푸집을 새로 올릴 층에 설치해 콘크리트를 타설한 뒤 기존 지지대를 해체해 신규 층에 다시 설치한다. 그러나 한 대형 건설사의 화정아이파크 원인분석 자료를 보면 화정 아이파크는 적층 당시 하부층 지지대를 미리 빼냈다. 하부층의 설계하중은 13.1kpa이지만 당시 타설 과정에서 발생한 하중은 18kpa에 달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공든 탑’의 ‘공(功)’은 단순한 정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건축물을 완성하는데 들이는 인적‧물적 자원의 투자는 현대의 경제 시스템에서 기업이 정성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수익성이 건설사의 생존에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그 수익성이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한다면 해당 기업을 신뢰할 고객은 없을 것이다. 12개월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두차례의 대형 안전사고를 낸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여론의 뭇매는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모든 건설사는 타인의 집을 짓는다. 때문에 정몽규 회장의 말처럼, 건설 회사의 존립 가치는 국민의 신뢰를 딛고 서 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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