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형 개발사업 '먹튀' 외국자본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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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형 개발사업 '먹튀' 외국자본 경계해야
  • 성현 기자
  • 승인 2013.08.2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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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국내 대형 개발 사업들이 외국계 자본에 의해 휘청거리고 있다.

사업비만 6조원이 넘는 청라국제업무타운 사업에 참여한 외국계 펀드 마운틴블루는 지난 2월 풋옵션을 행사해 투자금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2000억여원을 회수해갔다. 이 바람에 국내 10개 건설사들은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각자가 더 갹출해 수혈했다.

하지만 거대 자본이 손을 털고 빠져나감으로써 사업 일정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  발주처인 LH측은 이미 사업 변경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보다 앞서 사업비 300조원대의 초대형 프로젝트인 인천 용의·무의도 개발사업(에잇시티사업)도 독일 캠핀스키그룹과 영국 SDC그룹 등이 참여했지만 시행사 자본금 500억원이 마련되지 않아 끝내 무산됐다.

‘단군 이래 최대’, ‘인류 최대 규모’라는 장밋빛 수식어와 함께 지난해 10월 마스터플랜이 나왔지만 SDC그룹이 10억달러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사업 진행이 난항에 빠졌고 결국 부분 개발로 방향이 틀어졌다.

두 사업이 난항에 빠진 것은 이 사업을 주도해야 될 외국계 자본들이 실제 투자 시기가 닥치자 이런저런 이유를 대가며 자금투입을 꺼렸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있고 살아날 기미도 보이지 않자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에잇시티사업의 인허가권자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도 ‘외국계 회사들의 사업 추진 의지가 없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힌 바 있다.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은 사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는 것은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적 판단이지만 문제는 그 피해를 우리 국민과 지자체, 투자기업 등이 고스란히 떠안는다는 데 있다.

에잇시티 사업의 경우 용의·무의도 주민들은 1999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14년간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했다.

▲ 성현 건설ㆍ탐사보도 기자
인천시도 재정난 속에서도 자본금 100억원 출자를 결정하는 등 갖은 노력을 다했다. 외국기업을 믿고 경영 전략을 짰던 국내 기업들은 유·무형적 손실을 입게 됐다.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겠지만 청라국제업무타운 사업이 끝내 무산될 경우 투자자들은 금전적인 손실과 동시에 기회비용을 잃어버리게 된다. 출사자와 LH, 출자사간 법정공방도 불가피하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는 부동산투자이민제와 같이 외국 자본들의 투자를 유도하는 각종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부산과 인천 등은 지자체 차원에서 외국인 투자 유치에 매달리다시피 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외국 자본에 의해 사업이 무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보다 조심스러운 접근이 이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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