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캔들로 본 건설현장 안전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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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스캔들로 본 건설현장 안전관리
  • 황동진 기자
  • 승인 2013.08.23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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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다 그렇게 하는 거야”

인기 방영 중인 TV드라마 <스캔들: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에서 태하건설 회장 역을 맡은 장태하(박상민 분)가 한 말이다.

이 드라마는 건설 붐이 일던 1980년대 후반 태하건설이 지은 건물이 붕괴되면서 하명근(조재현 분)의 아들이 매몰되면서 시작된다.

양심있는 회사 직원은 장태하에게 붕괴위험을 알리고, 조속히 보수공사를 해야한다고 건의했다. 하지만 장태하는 다 그렇게 하는 거라며 흘려들었다. 결국 직원의 우려대로 건물은 무너졌고, 장태하는 이를 덮기 위해 테러로 인해 발생한 것처럼 가장해 은폐했다.

처음엔 사건의 진실을 폭로하려한 기자 강주필(최철호 분)은 자신의 출세를 위해 눈감아 버렸다. 관할 관청 공무원인 조치국(안석환 분)도 자신과 아들의 뒤를 봐주는 조건으로 장태하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20년이 훌쩍 흐른 뒤 사건은 또다시 ‘오버랩’된다. 태하건설은 이제 대형 건설사로 성장해 정·재계를 주무르는 거물급 회사가 됐다.

태하건설이 부실시공 중인 한 아파트 공사현장. 회사 직원 공기찬(양진우 분)은 장태하에게 안전진단과 보수공사를 해줄 것으로 요청하지만, 장태하는 또다시 묵살해버린다.

공기찬이 가지고 있는 태하건설의 정재계 뇌물리스트를 빼앗지 못하자 살해까지 했다.

이 사건은 하명근에게 납치돼 아들로 길러진 장태하의 친아들 하은중(김재원 분)이 진실을 파헤치면서 서서히 드러난다.

하은중은 이복누나 장주하(김규리 분)를 향해 말한다. “직접 죽인 건 아니니까 너랑 상관없는 일 같지 니가 직접 은폐지시하고 조작 지시한 게 아니니까 너는 무관한일 같지 방관도 죄야 방죄도 죄야 눈 닫고 입 닫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너도 공범이야”.

이 드라마 속 사건은 현실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좀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철근을 빼돌리는 가하면, 저급 자재를 사용하고, 공기를 단축시키기 위해 안전을 무시한 채 공사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인허가권자와 관리감독기관에 로비를 하고, 사건 발생시 무마시키려한다.

최근 노량진 수몰사고, 삼성엔지니어링 물탱크 파열사고, 방화대교 램프 상판 낙하사고, 제2롯데월드 구조물 붕괴사고 등 건설 분야에서 중대재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 황동진 건설·탐사보도 팀장.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건설업종 재해율은 2009년 0.65%에서 2010년 0.70%, 2011년 0.74%, 지난해 0.84%로 매년 늘고 있다.

이에 노동부는 위험상황신고 활성화 및 위험사업장 관리감독 강화, 건설공사 안전관리비 현실화 등 건설현장의 안정관리를 강화키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사고를 일으킨 건설사와 관리감독기관 그리고 발주자에 대한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생명과도 직결된 안전관리의 중요성은 늘 강조해도 모자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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