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회장님, 불황 속 꽃피운 스포츠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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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회장님, 불황 속 꽃피운 스포츠愛
  • 이혜진 기자
  • 승인 2013.08.2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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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혜진기자] 불황에도 지치지 않는 건설사 회장님들의 스포츠 사랑이 눈길을 끌고 있다.
외환위기로 건설업 경기가 침체되었던 1999년 이후 건설업계 성장률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한번 붙은 회장님들의 열정은 식을 줄을 모른다. 각종 임원직을 맡아 가장 앞자리에서 진두지휘를 하는가 하면, 투자를 위한 거액을 선뜻 내놓기도 한다. 직접 경기장을 찾아 경기를 관람하거나 선수들을 격려하는 것은 물론이다. 축구나 야구와 같은 대중적인 스포츠부터 비인기종목인 아이스하키까지 범위도 다양하다. 내부에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하지만 이러한 회장님들 덕분에 우리나라 스포츠 수준은 한 단계 더 높아지고 있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사명감·책임감 느껴”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신임 회장이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에서 열린 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올해 초 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에 당선된 정몽규 회장에게 축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다.

정 회장은 지난 1994년 울산현대 구단주를 시작으로 전북현대 구단주, 부산 아이파크 구단주를 맡아오며 19년 연속 축구단을 경영해온 국내 최장수 구단주로 이름을 알렸다.

정 회장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인 정몽준의 사촌 동생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11년부터 대한축구협의장 선거 바로 직전까지 프로축구연맹 총재를 맡기도 했었던 정 회장은 이사회 개편을 통한 리그 개혁의 기반을 마련하고, K리그 스플릿 시스템 및 승장제를 도입하는 성과를 냈다. 아울러 승부조작 사건으로 침체기에 빠질 뻔했던 K리그의 위기를 무난하게 잘 극복했다는 평가도 받기도 했다.

대한축구협회장이 된 이후에는 모든 관련 행사에 참석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 회장은 대한축구협회장 취임식에서 축구 문화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A매치에 편향된 중계방송의 현실을 넘어 K리그와 아마추어리그 등으로 중계의 다양화를 이뤄내 팬들의 관심을 충족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축구문화의 혁신’을 강조하며 ▲인프라 확충 ▲저변 확대 ▲국제적 위상 증진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 “경영은 야구와 유사한 점 많아”

▲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구단주인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이 지난 1월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 있는 두산의 스프링캠프를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은 재계에서 유명한 야구광이다.

고려대 시절 교내 야구 동아리에서 활동하기도 했던 박 회장은 시즌마다 수차례 야구장을 찾아 관중석에서 두산을 응원하는가 하면 비시즌에는 해외 전지훈련도 찾아간다.

2009년부터는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구단주로 취임해 본격적인 야구 경영인으로서의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에서나 볼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프로야구 2군 새 연습장 ‘베어스파크’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해 화제다. 총 공사비는 400억원. 국내 프로야구단이 2군 구장에 투자하는 금액으로는 사상 최고액이다.

‘사람이 미래다’ 두산그룹의 경영철학이다. 사람의 성장을 통해 사업의 성장을 이끌고, 다시 사업의 성장을 통해 사람의 성장을 유도한다는 선순환 개념이다.

이번 2군 훈련장 신축도 이러한 두산그룹의 경영철학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한 인터뷰에서 박 회장은 “기업의 성과는 특정 개인이 아닌 팀플레이에 의한 경우가 많고 이런 팀플레이로 이룬 성과가 훨씬 크고 지속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면에서 경영은 야구와 유사한 점이 많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몽원 한라건설 회장 “아이스하키 평창서 뛰게 하겠다”

▲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신임 회장이 지난 3월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제22대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발표하고 있다. (제공=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정몽원 한라건설 회장의 아이스하키 사랑은 각별하다.

바쁜 와중에도 안양실내링크에서 열리는 한라의 홈경기가 있을 때면 빠지지 않고 본부석을 지킨다. 해외 출장 일정도 아이스하키 팀의 원정 경기에 맞출 정도다. 지난 4월에 열렸던 2013 세계선수권대회 당시에는 헝가리 부다페스트까지 날아가 한국팀의 경기를 지켜보기도 했다.

올해 초 제22대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으로 선출된 정 회장은 당시 취임식에서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매년 20억 원의 경비를 마련해 훈련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 회장의 아이스하키 사랑은 20년 전에 시작되었다. 1994년 안양 한라(당시 만도 위니아)팀을 창단해 지난해까지 운영했다. 비인기 종목인 탓에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팀들은 해체 수순을 밝았지만 안양 한라는 정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힘입어 오랜 기간 살아남을 수 있었다. 현재 국내 실업팀은 안양 한라와 하이원 뿐이다.

4년 동안 한국 아이스하키를 이끌 정 회장이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는 한국 아이스하키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본선에 진출하는 것이다. 한국 대표팀은 세계랭킹 18위 안에 들어야 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생긴다.정 회장은 이를 위해 내년 세계선수권을 국내에 유치하고 다른 기업들의 팀 창단도 적극적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올림픽 이후에도 아이스하키가 국민 모두에게 사랑받는 스포츠로 남을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할 예정이다.

이중근 부영건설 회장 “야구발전 위해 아낌없는 지원”

▲ 지난해 말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영·전북 제10구단 창단 선포식’에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야구단, 안 해봤으니 해보고 싶다”

“갑자기 왜 야구단 유치에 뛰어들었냐?”는 질문에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이같이 답했다.

이 회장은 전라북도와 함께 프로야구 제10구단 ‘부영 드래곤즈’ 창단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인물이다.

이 회장과 전라북도는 ‘전 국민이 함께 즐기는 프로야구’를 슬로건을 내걸고 이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할 것을 약속했다.

실제로 KBO에 제출한 10구단 회원가입신청서에는 ‘연고지역 아마야구 지원’ 항목에 전북도 아마야구 발전기금으로 1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 명시되어 있기도 했다. 또 이 회장은 전북지역 야구명문 고교인 군산상고와 전주고를 방문해 선수 및 코칭스태프와 학교 관계자들을 만나 격려하고 각 학교에 1억원씩 총 2억원의 야구발전기금을 전달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의 달콤한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룹 자금력과 관중 동원 능력을 앞세운 KT-수원과의 창단 경쟁에서 밀려 아쉬운 고배를 마셔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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