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수출잔치 속 생존 턱걸이 하는 한계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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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수출잔치 속 생존 턱걸이 하는 한계기업들
  • 이재영 기자
  • 승인 2021.09.29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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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풀린 유동성 잠기면 한계기업 부도 속출 우려
사업다각화 및 완만한 퇴출 지원 정책 필요
수출선적부두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 화물. 사진=연합뉴스
수출선적부두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 화물.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코로나19발 수출잔치가 벌어지는 와중에 한쪽에서는 한계기업의 도산위험이 대두되고 있다. 과거 금융위기발 유동성이 풀렸다가 축소된 이후 한계기업 도산이 많았던 만큼 최근 미국 연준의 테이퍼링이 근접한 시점에 비슷한 파장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이후 국내에서도 자금이탈 우려와 금리상승에 따른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그 파장이 치명적인 것은 이자비용도 제대로 못내는 한계기업들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전날 국내 한계기업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네번째로 높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경련이 OECD 가입국 대상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내지 못하는 상태가 3년간 지속되는 한계기업 비중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작년 기준 18.9%로 조사대상 25개 국가 중 네번째로 높았다. OECD 평균 비중은 13.4%로 한국은 이보다 5.5%포인트 높은 수치다. 한계기업 비중이 가장 적은 일본(2.5%)에 비해서는 7.6배나 됐다. 코로나 이후 한계기업 비중 증가폭도 OECD 국가 중 열 번째로 높았다. 한국의 한계기업 증가속도 또한 빠른 편이라 관련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에 따라 완화적 통화정책과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조치가 늘어나면서 한계기업의 부도 위험성도 커졌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경기부양책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함으로써 기업의 바람직한 진입과 퇴출 역동성이 감소한다”며 “코로나19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의 성장성이나 투자안에 대한 엄밀한 평가 없이 과도한 자금공급이 이뤄지고 신용평가 기능을 제한해 기업대출금과 이자 상환 시기를 이연시켰다. 시장의 신용평가기능 제한은 시장에서 퇴출해야 할 기업의 부실을 오히려 증가시켜 연명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위기 시 기업에 대한 신용지원은 기업의 도산을 막고 일자리를 지키게 할 수 있으나 이러한 단기적 치유에 이어 장기적으로 생산성 저하, 경쟁력 있는 생산자의 진입 방해 등 부작용이 생긴다는 우려다.

한계기업이 많은 업종으로는 대표적으로 자동차 분야가 꼽힌다. 산업연구원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9년에 비해 2020년 한계기업 비중이 증가한 업종 14개 중에도 제조업인 자동차가 눈에 띈다. 나머지는 음료, 섬유, 의복 및 모피 업종 등이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은 이후 신차 출시와 전기차 및 수소차 등 친환경차 전환 노력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하지만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중소 부품업종에선 부도 사례가 포착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최종 부도 처리된 자동차 부품 및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인 맥스로텍은 2018년까지 주거래처인 현대차그룹향 수주 확대로 인한 자동화시스템 물량 증가로 실적 개선세를 보였으나, 이후 완성차업체의 신규설비 투자 축소로 자동화시스템 물량이 급감하면서 영업실적이 저하됐다. 자동화시스템 부문의 수주 가변성을 만회하기 위해 실린더블록 및 헤드 등으로 제품을 다변화하고 관련 비중을 확대했으나, 단순 임가공으로 실적 개선 효과는 크지 않았다. 2020년에도 코로나19로 인한 수출 물량이 급감해 영업실적이 재차 저하되고, 자본잠식을 기록하는 등 재무안정성도 훼손됐다. 회사는 기존 사업과 무관한 다수의 신규사업도 추진했으나 기존 사업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신규사업에 대한 자금유출까지 겹쳐 자금경색이 심화됐다. 결국 지난 5월3일 최종부도처리됐다.

코로나19발 유동성 대책이 축소되는 시점에 이러한 부도사례는 더욱 속출할 수 있다. 특히 자동차, 정유, 종합상사 등 구조적 저성장 산업 분야에서 신규 사업 전환 투자가 쉽지 않은 중소기업들에게 부실이 급속도로 번질 수 있다. 이러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기업평가는 “공급체인 후단에 위치한 납품업체들은 열위한 시장지위와 미흡한 교섭력으로 인해 부실화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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