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의 날’ 고개떨군 이건희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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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날’ 고개떨군 이건희 전 회장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9.08.14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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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 바꾼 삼성공화국 제5탄 - ‘유죄’로 막 내린 SDS BW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

재판부, 유죄 불구 경제· 사회발전 고려 집행유예
특검·삼성 양측 재상고 가능성 있어 대법원 갈수도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을 통해 아들 이재용 전무에게 경영권을 불법으로 넘겨줬다는 혐의와 관련 결국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창석)는 지난 14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천10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삼성SDS에 발생한 손해액이 227여억원에 이르고 BW의 실제 발행 가격이 공정한 산정 가격의 절반에 이르기 때문에 유죄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이 전 회장의 사회, 경제적 위상을 감안한 듯 유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실형을 선고하지는 않았다. 삼성 측은 재판부의 선고에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한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1,2 심에서 무죄판결이 난 사안에 대해 다시 유죄가 선고돼 뒤숭숭한 상황이지만 일단 법정구속이 아닌 집행유예가 내려진 것에는 안도하는 분위기. 그러나 이번 재판부의 선고에 대해 삼성특검과 삼성 양측이 모두 2주 안에 재상고할 수 있어 대법원에 가서야 최종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재판부는 가장 쟁점이 됐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의 99년 당시 적정 가격을 주당 1만 4천230원으로 계산했다.

‘유죄’ 결론 지은 운명의 227억원
 
이 전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전무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한 가격은 절반에 불과한 7천150원.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회사에 끼친 손해가 모두 227억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 <이건희 전 회장>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발행 사건은 SDS가 지난 1999년 5만5천원에 거래되던 BW를 주당 7천150원에 발행하면서 이 전무 등 이 전 회장의 자녀와 이학수 전 부회장, 김인주 전 사장에게 배분한 사건이다.

당초 1심 법원에서는 배임액을 44억원으로 판단해 특경가법 대신 형법상 배임죄를 적용했고, 공소시효 7년을 적용해 이 전 회장을 처벌할 수 없다며 면소 판결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도 적정가격을 판단하지 않고 저가발행 자체가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무죄 판결했지만 대법원은 지난 5월 적정 가격을 재산정하라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번에 법원이 배임액을 227억원으로 판단함에 따라 이 전 회장에게 공소시효 10년인 특경가법상 배임죄가 적용된 것이다.

재판부는 “당시 유가증권인수업무에 관한 규정 및 그 시행세칙에 따라 산정된 BW 주당 적정가치는 1만4천230원으로 평가된다”면서 “이 전 회장 등은 적정가보다 현저하게 낮은 행사가격인 7천150원으로 이재용 전무 등에게 BW를 인수시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해 이 전무로 하여금 227억여원 상당의 이익을 취하게 하고 삼성SDS에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저가발행 정도가 지나치게 크다고 볼 순 없어 비난의 가능성이 낮고, 당시 비상장법인이 BW를 발행할 때 기준이 되는 법령이나 판례가 존재하지 않아 저가발행 행위가 위법이 아니라고 인식할 여지가 있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 “이미 이 전 회장이 227억 여원 이상을 SDS에 납부했고, SDS발전에 기여한 점 등을 참작했다”며 “이미 유죄가 확정된 탈세 혐의에 대해서는 양도세, 증여세, 종합소득세 탈세액을 모두 납부했고 벌금 1100억원을 부과한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에 대해 삼성특검 측은 “손해액 산정의 구체적인 계산방법을 확인한 뒤 재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 삼성 측 역시 변호인단과 협의해 재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여 최종 판결은 대법원에 가서 내려질 가능성도 높다.

앞서 조준웅 삼성특검은 지난달 29일 결심 공판에서 자체 산정한 삼성SDS의 손해액 1539억원(BW 적정가 5만5천원)을 근거로 이 전 회장에게 징역 6년과 벌금 3천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한편 경제개혁시민연대는 “회사에 손해를 배상하면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전형적인 화이트칼라 범죄 선고 유형을 따랐다”며 “이는 기업인 범죄에 관대한 ‘유전무죄 무전유죄’ 판결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시민단체 “집유 이해 안 돼, ‘유전무죄’” 비난
 
또 “1심 판결에서 SDS사건을 빼고 징역 3년에 집유 5년 등을 선고했는데 재판부는 유죄로 판단한 SDS사건을 포함해 같은 형량을 선고했다”면서 “재판부의 판단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권민경 기자 <kyoung@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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